- 다음은 의성어나 의태어를 풍요로우면서도 절묘하게 사용함으로써 작중 상황의 즉물성과 생명성을 살리려는 문체이다.
"이마 위로 오색 술을 늘인 검정색 조바위를 맵시 있게 쓰고 자줏빛 비단 두루마기를 입은 할머니는 씨암탉처럼 아기작아기작 얌전히 걸어 들어왔다 "
"곧 부러질 듯 앙상한 감나무 꼭대기 가지에는 홍시 두어 개가 찬서리 속에 터질 듯 밝은 홍색으로 익어 아침마다 까치가 날아들었다. 쪼아 먹은 자리는 낮 동안 햇빛과 바람으로 거무스레 말라가고 다음날 아침이면 또다시 아파아파 생살을 보이며 붉게 물크러졌다."
"바람 불고 흙먼지 이는 날에도 솜사탕 장수는 틀,틀,틀, 틀 솜사탕을 피워 올렸다. " -322-
- " 이미 뜰의 한 귀퉁이는 그늘에 감겨 있고 땅에서 피어오르는 엷은 어둠으로 꽃은 짙은 빛으로 잎을 오므리기 시작했지만 피어 있던 꽃의 공간이 침묵과 심연으로 가라앉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흐름은 얼마나 길고 오랠 것인가." [동경] -324-
- " 변소의 창으로 거위처럼 두 팔을 휘저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언니의 모습이 보였다. 사내애들은 손가락 사이에 면도날을 끼워 계집애들이 팽팽히 마주 잡고 있는 고무줄을 끊고 계집애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흙을 집어 뿌렸다. 그 애들을 헤집으며 언니는 달려가고 있었다. 교문 밖에서는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탱자나무 울타리 위로 솜사탕이 구름송이처럼 둥실 떠올랐다." [유년의 뜰] -329-
-" 태양이 마지막 자기의 빛을 거둬들이는 시각이엇다. 어둠은 소리 없이 밀려와 창가를 적시고 있었다. 어둠이 빛을 싸안고 안개처럼 자욱이 내려 덮일 때의 교실은 무덤 속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완구점 여인] -331-
- "오동의 보랏빛 꽃이 어둠 속에서 나울나울 피고 있었다. 별과 꽃이 난만한 밤에 그는 죽었다. 내가 존재하지 않을 어느 시간대에도 이 나무에는 꽃이 피고 잎이 피고 새가 깃들이겠다. 나는 나의 생보다 오랠 산과 나무, 별들을 바라보았다. 비로소 먼 옛날 증조할머니가 내게 해준 말을 정확히 기억해내었다." [옛 우물] -395-
- "세상에 한 번 생긴 것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해준 것은 연숙 아줌마이다. 아주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아름다운 결과 무늬로,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부드럽고 둥글게 닳아지는 돌들, 지난해의 나뭇잎 그 위에 애벌레가 기어간 희미한 자국, 꽃 지는 나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그 외로움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바람은 나무에 사무치고 노래는 마음에 사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세 고이고 흐르던 세상의 물기가 해가 떠오르면 안개가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내려서 땅속 깊이 뿌리 적시는 맑은 물로 흐르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고, 강물이, 바닷물이 나뭇잎의 향기로 뿜어지고 어느 날의 기쁨과 한숨과 눈물이 먼 훗날의 구름이 되는거라고 했다[새]-400
- 어머니는 그 고단해 뵈는 얼굴을 웃음으로 활짝 펴며 "식기 전에 먹고 많이 먹어, 응?" 똑같은 말씀을 3년 내내 하셨다. -470-
- 적막하리만치 조용한 한낮이었다. 햇빛은 환한데 먼 산봉우리들은 뭉클뭉클 짙은 안개를 토해내었다. 어디선가 뻐꾸기가 울었다. -482-
-..............-523- 자술연보까지 읽음. 끝. 잘 봄.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637/ 별사- 오정희 지음 (0) | 2018.01.28 |
---|---|
636/ 새- 오정희 지음 (0) | 2018.01.28 |
634/ 책꽂이 속 나만의 글쓰기 비법50 - 현혜수 지음. (0) | 2018.01.14 |
633/ 助詞에게 길을 묻다.- 고정국 지음. (0) | 2018.01.14 |
627/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이승우 지음. (0) | 2018.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