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633/ 助詞에게 길을 묻다.- 고정국 지음.

최해식 2018. 1. 14. 18:48

-녹음기를 지니고 다니면서, 하루 동안 내가 입으로 쏟아냈던 말을 글로 옮겨 적어 보라.  글을 쓰려면 이 훈련이 필요하다.  말하듯 글을 쓰고, 글쓰듯 말을 하라. -22-


-독서는 남이 닦아놓은 길을 가는 것이고, 쓰기는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내가 새롭게 길을 내는 것이다. -37-


-변화란 부정 쪽에서 긍정 쪽으로 향하지만,  변질은 긍정 쪽에서 부정 쪽으로 향한다.  변화는 자아 성찰, 깨달음, 거듭나기, 발전 등의 의미이다. 그러나 변질은 배반, 변절, 부패의 의미를  표함하면서 중심 개념의 포기에 까지 다다른다.  변화와 변질 사이에 변덕이 있다.  이 변덕이야 말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얼굴색을  바꾼다. 교활, 눈치보기 의 형태를 보이지만 지능적으로 '중용' 이라는 탈을 쓴다.-39-


-피나는 노력이 없으면 시대의 거센 물살에 살아남기 어렵다독자에게 회자되는  작품 치고 쉽게  쓴 작품은 없다. 작가가 고생한 작품 앞에선 독자들이 기뻐하고, 함부로 쓴 글 앞에선 독자들 인상이 편치 않다. ......진정한 작가가 되려 한다면, 어설픈 기교나 이론보다 그 바탕과 근본 갖추기에 애쓰라.-40-


- 주변의 나무 한 그루를 친구로 정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 나무와 대화를 나누면서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를 전해 들어라. 그리고 그것을  노트에 받아 적으면서 자연의 진실을 몸에 내장시켜 나가라. 이 과정에서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다. -63-


- 늦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가능하면 책 몇 권쯤 베껴 쓰도록 하라.    특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와 타고르의 [기탄잘리] 쯤은 원고지에 직접 옮겨쓰면서 그들의 영혼과 만나 볼 필요가 있다.          베껴 쓰는 것이 읽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필자가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81-


- 거울 속에 있는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어 보라.

"밥을 먹었느냐?"  "그 골목 전봇대는 아직도 그냥 있느냐?"  "오늘 강의시간에 졸리지 않았느냐?"  는  등 그 질문 자체가 지극히  편해야 한다. 손과 발, 머리와 가슴, 눈과 귀, 코와 입 등 신체 모든 기관에 인격체를  부여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쓰다듬어 줘라. -91-


- 가을 한복판의 새벽4시 15분, "또르르 또또르르........또르르 또또르르" 바보처럼 아직도 제짝 하나 구하지 못한 귀뚜라미가 지치도록 나의 창을 보채고 있다.  보기엔 연약하기 이를 데 없는 등신이고 미물 같지만, 우리들 습관에 뒤지지 않을 집요함이 사람을 이처럼 깨워 앉힌다.  "또르르, 또또르르, 또르르 또또르르...... 세 가지를 버리고 세 가지를 취하라." 는  하늘의 귓속말이 저 귀뚜라미 소리를 타고 새벽 계단을 굴러 내려오는 것 같다. -140-


- 11월이 왔습니다.  먹이를 찾아 땅바닥만 긁고 다니던 토종닭처럼 본모습 까맣게 잊고 살아온 우리에게 달력은 벌써 그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습ㄴ다.  그리고 들녘에는 벌써 그 마지막을 준비하는 초목들이 우리를  향해 고개 숙여 있습니다.  한 해 다 가도록 아픔을 참으며 하늘과 땅에  빚어낸 저들의 과즙과 빛깔들이 사람을 눈물겹게 합니다.  이 가을 어딘가에 빛나는 과실과 단풍을 준비해 놓고 나를 기다리는  한 그루의 유실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주변엔 황홀한  생명의 빛이 넘쳐나고 있을 것임엔 틀림없습니다.  자그마한 배낭에 칫솔 하나 달랑 꽂고ㄱ 그 빛나는 유실수를 찾아 훌쩍 떠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토요일 오후입니다.  벌써 내 속을 알아차린 듯 담쟁이 몇 녀석이 하루쯤 바람 쐬고 오라고 빨간 손바닥을 흔들고 있습니다.  역시 붙임성 있는 담쟁이 가문의 처신답습니다.


이별에 익숙한  자의 살짝 붉힌 눈시울처럼 낙엽을 준ㅂ하는 갱년기의 관목들 처럼  비로소 몸으로 말하는 시월 한국 저들이 곱다.  표정이 밝은 것만큼 제 슬픔도 깊었다는 구절구절 구구절절 멍투성이 구절초가 푸르게 삭발을 하고 종일 저렇게  웃는 걸 봐. -172-


- 우리나라에서 시인이 가장 많이 배출된 마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구를 가진 마을 ,  한라산이 가장 인자하게 보이는 마을, 지방사투리 중에서도 의성어 의태어가 가장발달된 마을, 동박새 휘파람새가 가장 아름답게 우는 마을, 그리고 감귤 맛이 가장 좋다고 소문난 마을이 남제주군 남원면 위미리입니다............  어느 것이나 공짜는 없고, 어느 부분이든 공들이지 않고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고장으로 가꿀 수 잇었던 것은 선조들의 고운 심성과 지혜 때문입니다-189-


- 아름답게 보려면 한 번만 보고, 제대로 보려면  두 번, 세 번 돌이켜 봐야 한다. -219-


-.........-223-끝. 잘 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