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26 /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룸 - 이재호 지음

최해식 2015. 1. 22. 10:11

-[삼국유사] 는 나온지 7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잊혀지기도 했고 천시당하기도 했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 [삼국유사]도 함께 약탈해 갔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약탈된 [삼국유사] 에 별 곤심이 없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 마저 "심히 괴탄하여 믿지 못할 것" 리라고 등한시 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치고 [삼국유사] 를 모른느 사람은 없다. 그러나 끝까지 다 읽은 사람 또한 드물다. 문과 출신들은 원문은 커녕 번역한 책이라도 읽지 못했다는 중압감을 안고 잇다. -4~5-

 

 

-[사기]에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고 (士爲知己者死)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하는자를위해 꾸민다.(女爲悅己者容여위열기자용)" 했는데 내, 글을 알아주는 독자 분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기에 지치고 외로워도 가슴에 행복을 안고 [삼국유사] 현장들을 찾아 나설 수 있었다. -6-

 

 

-공자는 태산에 올라 흘러가는 물을 보고 탄식했고, 주자는 남악에 올라 무이의 구곡九曲을 읊었다 고  한다.  나는 이곳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서성이며 무엇을 느꼈는가  미혹하게도 달빛 부서지는 부석사의 고요함 만을 느낄 분이다.

여러 방향에서 뚫어지게 무량수전을 보고 또 보았다.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웠다. 한옥의핵심은 지붕선이다. 그리고 균형과 비례다.  

지붕선이 기가 막히고 아무리 그 하나하나가 아름답다고 해도 전체적인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름다움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무량수전 건물은 완만하게 흐른다. 부드럽고 알맞게 올라가는 처마선은 하늘에 머물고,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용마루는 높이가 알맞다. 또한 긴장을 덜어주는 화려한 팔작지붕이 전체를 부드럽게 껴안는다. 정면 5칸의 양 날개의 폭은 좁고 중앙은 넓어 편안하다. 기둥마다 유려한 곡선의 배흘림 기둥은 무량수전을 한결 더 매혹적으로 만든다  무량수전 건물이 주인공이라면 안양루는 조연 역할이다. 둘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15~16-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바람은 허공을 가로질러 들녘을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아! 바람이 벼를 익어가게 하는구나. 이런 바람을 가슴에 많이 채우면 향기 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리움에 눈물 나는 강바람, 장쾌하고 시원한 산바람, 알 듯 모를 듯 아련한 바닷바람, 순정이 일렁이는 들바람으로 속세의 찌든 때를 날려 보내야 한다. 살가운 가을 햇살은 돌에도 생명을 불어넣어 하얀 미소를 흘리는 듯했다. -27-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지기 때문이다. 영원히 피어 있다면 꽃피는 기다림도 없고 얼마나 지겨울까. 사람도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흘러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만약 시간도 세월도  멈추고 늙지 않느다면 아쉬움도 없고 끔찍하게 된다.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이라서 아름답고, 죽음이 있어 삶이 더욱 아름답다. -29-

 

 

-하늘의 달을 쳐다보니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밤안개에 묻혀버린 남산은 희미한 잔영만 보이고 별들도 밤하늘을 달빛에 맡기고 어딘가 숨어버렸다. 금당 터와 좌 .우 목탑지, 경루를 세웠던 흔적의 주춧돌이 온갖 영욕을 견디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달빛을 등지고 왔다가 달을 안고 하얀 밤길을 걸어 집에 오니 밤 11시가 지나 있었다. 달은 여전히 말없이 미소만 흘리고 있었다. -38-

 

-나는 기행객들을 경주에  안내할 때 마지막 코스로  해질녘에 특히  더 아름다운 '진평왕릉' 을 주로 찾곤 한다. -  서산에 해가 익을 대로 익어 아름답다.  -40-

 

 

-세상에 장. 단점은 없다.  항상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실력을 닦아놓으면 언젠가는 기회와 인연이 온다. 설사 오지 않더라도 이미 성숙한 자신과 일가를 이룬 경지라 세상에 감동을 줄 것은 많다. -47-

 

-벼가 익을 대로 익어버린 누런 벌판 속의 하얀 논길은 마치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얀 눈이 쌓인 듯 해,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 보문사지 당간지주에 기대어 서서 흐르는 달빛을 가슴에 담기에는 너무 벅차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얀 달빛 물이 그야마로 온 보문벌판을 적시고 있었다. -60-

 

 

-강과 냇가를 건너려면 다리나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신라가 반도를 통일하는 힘찬 기상은 정복왕 진흥왕  때부터인데  진평이 초석을 깔고 선덕여왕이 주춧돌을 놓고 진덕여왕이 집을 짓기 시작하여 김춘추(태종무열왕) 가 집을 완성하고 아들 법민(문무왕) 이 정원까지 꾸며 비로소 통일의 대업을 이룬 것이다. -63-

 

 

- 천전리각석 계곡에  왔던 사람은 좋은 기를 받아서인지 왕이 된다.

540년 입종갈문왕의 아들 은 '진흥왕' 이 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졌던 '노무현' 은 1990년대 초에 이 계곡에 와서 쉬어간 다음 대통령이되았다. -74-

 

- 1월이 시속 10킬로미터라면 12월은 시속120킬로미터로 달리니까 누구나 바쁠 수밖에.....가을이 끝난 겨울 쌀쌀한 아침은 햇살의 온기에 사라져 만물은 행복한 겨울 햇볕을 머금고 있었다.  조그만 연못에 가느다란 폭포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눈길 한번 주고는 이내 산길로 접어들었다. -80-

 

-동해에 솟구치는 붉은해는 기다려도,기다려도 나올 줄 몰랐다. . 하지만 설레며  기다리는 것은 얼마나 가슴 조이는 행복이던가-93-

 

-벌써 밤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늘의 달을 머리에 이고 여기까지 왔던  것이다. 부족한 내가 끊임없이 부족함을 채우고 상처를 치유하듯이 달도 보름달이 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119-

 

-19대 눌지왕은 고구려와 왜에 볼모로 가있는 두 동생 생각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약한 나라라는 사정때문에 '복호'는 고구려에 20년, '미사흔' 은  열 살의 어린 나이때부터 왜에 30년 동안 볼모로 잡혀 있었다.

이때 삽량주 태수 '박제상'은 왕 앞에서 "신이 듣건대 임금에게 근심이 있으면 신하가 욕되고. 임금이 욕되면 신하는 죽어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어려운가 쉬운가를 따져보고 나서 행동하면 충성스럽지 못하다 하고, 죽을지 살지를 따져보고 나서 움직이면 용기가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이 비록 어리석지만 명을 받들어 가기를 원합니다."  라고 말하고 박제상은 고구려에 가서 복호를 구해왔다. 그리고 '율포' (울산시 정자로 추정) 바닷가에서 일본으로 떠났다.-146~147-

 

-일연은 [삼국유사] 집필을 72세(1278) 때 청도 운문사에서 시작했고 군위안각사에와서 81세 때 완성한다.  일연 스님은 이 역작을 완성한 3년  뒤 84세에 생을 마감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쓰고 입적한 곳이  군위에 있는 '인각사' 다. -165-

 

- 경주에서 감포가는 길에는 감은사지.기림사.오어사 골굴암등  신라 호국으 얼이 스며 있는곳이 많아, 왕을 비롯 수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다.  그중에 추령터널 못 미쳐 왼쪽 추원 마을  안쪽 모차골 길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나뭇잎에서 배어 나오는 부드러운 연두색이 어쩜 저리도 고울까. 온통 초록인데도 촌스럽지 않은 이 자연의 위대한 조화에 나는 또 겸손을 배운다. 초록색으론느 아무리 뛰어난 색의 마술사들이 색을 낸다한들 촌스러움을 벗어나자 못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2시간쯤 걸어 고갯마루에 올랐다. 멀리 동해바다가 꿈결같이 아른거렸다. 옛사람들도 이 고갯마루에서  땀과 지친 몸으 ㄹ식혔으리라.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수렛재를 지나 마침내 '기림사' 뒷길과 맞닿았다.  일연 스님도,매월당 김시습도  이 길을 수없이 걸었으리라.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기림사의 대적광전의 문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유물전시관에서 종이로 만든 '건칠보살좌상' 과 고려 초의 '불두'를 보고 내려왔다. 기림사 길은 오가는 사람들의 영혼까지 맑게 적시는 아름다운 길이다. -215~220-

 

-채 자라지 않은 찔레 순을 꺾어 입에 넣었다. 풋풋한  봄의 순정이

 입 안 가득 했다. 산비탈 밭에는 하얀 배꽃이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감잎은 뾰족뾰족 입을 내밀어 여린 사랑을 ㅗ 속삭이고 있었다. 산새들도 질세라 고운 소리를 맑게 뿌린다. 내 발길도 향기를 찾는 봄 나비가 되어 이리저리 나풀거리듯 이어지고 있었다. -223-

 

 

 

-[삼국유사] 에 신라 25대 진지왕에 관련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진지왕은 즉위하여 4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느데, 왕이 음란해 정치가 어지러워져 나라 사람들이 왕을 폐위시켰다고 한다.

신라 최대 정복왕인 진흥왕 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사륜(또는 금륜) 은 왕이 될 확률이 거의 없었다. 형님이었던 동륜 은 아버지 진흥왕의 색공녀인 미실에게 빠져 있었다. 미실 은 신라 최고의 섹시스타였다. 그녀를 동륜과 맺어준 것은 어머니 지소태후 였다. 그런데 미실은 동륜을 좋아하지 않았다. 미실은 젊은 여인들을 동륜에게 제공하고 자신은 뻐져나온다. 동륜의 여탐은 식을 줄 몰랐고,절제 또한 되지 않았다. 다시 또다른  아버지의 색공녀 보명 에게 빠져든 동륜,  색의 막다른 지점은 죽음이었다, 동륜은 보명궁의 담을 넘다가 보명궁을 지키고 잇던 개에게 물려죽는다. 이런 유여곡절 끝네 사륜이 왕(진지왕) 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실권은 배다른 어머니 사도태후 와 미실이 장악했과, 진지왕은 허수아비비로 왕권을 상실한 진지왕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뻔했다. 순간의 고통을 잊고 짧은 쾌감, 긴 허무의 색을 끝없이 즐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폐위당한 것이다.  본능에 충실했던 형제의 말로가 비참하다. -227~228-

 

 

-나는 (저자 이재호) 는 서악동 선도산 진지왕릉 을 갔다  한참이 지났을 까,  나는 진지왕에게 말을 건넨다.

" 밤이 된 솔숲은 흡사 당신이 죽어서도  사모했던 도화녀와 합궁해 낳은 비형랑이 귀신을 데리고 노는 모습을 닮았소. 실권 없는 당신이 꽃 같은 신라 여인들과  정념을 불태워도 가슴 한구석은 얼마나 아리고 참담했을까? 당신 뒤에 누워 있는 당신 아버지 진흥왕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요.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36년간  신라를 통치하며 영토를 가장 넓게 확장했지만 색을 지나치게 탐하여 마흔셋 한창 나이에 중풍으로 죽었듯이 , 세상 모든 것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과유불급' 이라지 않던가요. 돈이 없는 것도 고통이지만 너무 많으면 더 큰 고통이 따르듯이 즐거움도 행복도 쾌락도 마찬가지라오. 위험하다고 느꼈을 때 멈출 줄 알아야 되는데, 달콤한 것은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지요. 미인을 천 년의 향기라 하는데 당신이 품었던 여인들은 아직도 향기가 나는가요. 허수아비 마음으로 여인을 품었던 왕 노릇 할 때보다 차라리 이렇게 고요히 누워 있는  것이 훨씬 행복하겠지요. -231-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 인데 흐트러진 마음, 세속의 번뇌를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상징적 의미이다. -232-

 

 

-지금의 우리들은 무엇이든 빨리 해치우려고만 든다. 33년 걸려 완성된 봉덕사종, 짓는 데 93년이 걸린 황룡사, 24년 또는 39년 걸렸다는 불국사. 진정한 명작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286-

 

-청도 동곡을 지나 매전면에서 '불령사' 길로 접어들엇다.

불령사에는 전탑이 있다. 전탑은 우리나라에서는 귀한 편이다.

중국은 진흙이 많은 자연조건이라서 건물을 짓는 데 곧잘 벽돌을 사용한다. 일본은 습도가 높은 해양성 기후라 어디서나 나무가 쑥쑥 잘 자라 목조 건물이 많다. 우리나라는 단단한 화강암이 많아 석조문화가 발달했다.  흔히 중국을 전탑,일본을 목탑, 한국을 석탑의 나라 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잇다. -299-

 

-오랜만에 쨍한 날씨가 되자 '지리한 장마 끝에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라고 이어지는  만해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가 떠올랐다. -302-

 

-일연 스님은 1206년에 경산에서 태어나 14세에  양양 진전사에서 정식 출가하였다. (....)

[삼국유사] 에 나오는 낙산사 '조신의 꿈' 이야기를 춘원 이광수는 소설로, 배창호 감독은 영화로 만들어 널리 알렸다.-331-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셨다는 '적멸'은 글자 그대로 '불어서 끄다' 라는 뜻으로 온갖 타오르는 번뇌의 불을 끈다는 열반, 해탈의 의미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이 열반에 들어 항상 머물러 계시는 보배로운 궁전" 이니 불상이 필요 없이 그 자체가 성스러운 최고 경베의 대상이고 신앙의 중심이다. -340-

 

-.....-37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