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33 / 동의보감 중 - 이은성 지음

최해식 2014. 7. 18. 00:49

.7.乞僧 金民世

-정지할 줄 모르고 흐르는 세월 속에서 3백60여 일 만에 한번 찾아오는 시간의 마디가 유독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이 날은 신분의 상하에 구애되지 않고 세상의 모두가 새 날이라 부르며 기리는 날임에 틀림없었다.

없는 자는 없는 대로 있는 자는 있는 대로 흘러가버린 지난 한 해의 아쉬움을 묻어버리고 어제와 꼭 같은 해기 떠오르건만 그 해를 바라보며 저마다 새해에의 소망을 읊조리기 마련이었다.

하나 그건 새 희망을 품을 만큼 특별한 날이 아니라는 것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가난을 덜어주십사

아들을 쌍둥이로 낳게 해주십사

풍년을 들게 해주십사

과거에 붙게 해주십사...... 신분과 처지의 층층이 간절히 빈들 세상은 세상대로 굴러갈 뿐 , 연년세세  그 숱한 소망이 얼마나 허망한 세모를 맞이했는가를 사람들은 되풀이 되풀이 세월에 속아살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절절하게 사람들로 하여금 그 희망을 못 버리게 하는지도 모른다.-5-

-고명한 아비로 부터 일일이 손잡아 의술의 진수를 가르침받는 도지의 처지가 온몸이 떨리도록 부러웠다.-57-

-망설이지 말고 부딪쳐보리라 , 지금 내가 어느 정도인가.  누구의 도움도 거역하고 내 독력으로 부딪쳐보리라 !  내의원 높은 벽이 무너지건 내 머리가 벽 아래 산산이 깨지는 좌절을 맛보건......-64-

-나 또한 나를 믿고 사는 가족을 위하여 무엇이든 할 수 있노라고.  ......    계시나 아니 계시나 어머님이 늘 서방님의 진지를 따로 떠놓으시곤 하셨습니다.      ".....사내란 죄많은 것들이지. " ........

.....   어머니와 아내가 천리길 등정에 앞서 아들에게 체력을 붙여주려는 너무도 어렵사리 마련한 정성일 것이었다.  .........   " 자손의 이름이 방에 오르려면 삼대 조상이 돌보고 주변 사람의 정성이 하늘에 사무쳐야 한다는데..... "  .......   떠나는 허준도 보내는 어머니와 아내도 뜨거운 시선을 서로에게 향한 채 군말을 않았다.  .........뿌연 안개가 덮인 강변의 봄볕이 새로 돋는 능수버들가지에 더 없이 평화로웠다. ........    속알맹이가 제 것이 아닐 때 잘 먹고 잘 입은 외양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가를 적어도 그는 뼈저리게 체험한 인간이었다.......    천하게 태어난 자들이 자신의 일생의 운명을 걸고 천리길을 허위허위 밤을 도와 걸어가는 길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분 잘난 양반들의 그 봄맞이 놀이는 허준의 다리힘을 일시에 빼놓듯이 한가로웠다. .......    세상은 그렇게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한가로운 인간과 바쁜 인간으로.-66~ 73-

-금간 그릇도 곱게 쓰면 오래 가는 법올시다. -88-

-이 고마움을 무어라 해야 하올지?  덕은 외롭지 않는 법이고 친구는 곳곳에 있는 법이지......    허준은 제발 오늘 하루만은 이대로 해가 지지 않기를 빌며 또 또 또 채찍을 가했다. ......    어둠이 깔린 2백20리 저쪽 한양으로 향해 뛰는 말보다 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연달아 채찍을 울려댔다.-131~ 134-

-" 한 개의 과일도 때가 되어야 익는다. " 고  본 유의태도 조부가 의업을 일으킨 이래의 이 경사에 아들을 얼싸안고 환희했었다. -154-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자가 어찌 비방을 얻을 수 잇단 말이냐 ? 스스로 체험하지 않고서야 무엇이 비방이 될지 어찌 미리 알더란 말이냐 ! ......    " 큰 나무에 가리면 작은 나무는 시드는 법. "   ......    담을 넘는 데는 소문처럼 빠른 것이 없다. ......    " 땡감 한 개라도 생기는 게 없으모 가는 길도 삐익 돌아가는 게 시상 인심이라카는 긴데.".......  

 ......   세상사 모두 命數명수.가 있는 것인즉 어찌 한 가문의 영욕인들 없으리요. .......      

...... 의를 담는 그릇은 셋이다. 

하나는 인품人稟.이요 둘은 천품天稟.이요 셋이 신품神稟이다.  인품은 고을의 환자를 고치는 그릇이며 천품은 세상 사방의 환자를 고치는 그릇이요 신품은 온 세상의 만병을 바라보ㅁ는 그릇이다.-160~ 166-

-이런 자랑은 산음을 비껴가는 나루나 고갯길 아래 주막에서 쉬지 않아도 될 걸음을 주막 툇마루에 앉아 공연히 술 한잔 시켜먹는 , 산음과 지리가 가까운 사람들의 자랑이다.  .......    자칫 그 허명에 정신을 팔다가는  잠시 세상 사람들의 흥미나 충족시킬 결코 얻을 것도 없다는 것을 .......        모자라는 재주는 채우면 된다.  그건 세월 속에 성심만 곁들이면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노력과 단련의 경지다.  .................     " 그 그릇이 아니면 물려주지 않는다. " 는 非人不傳이라는 경구가 뼈아프게 가슴을 옥죄었다.-169~ 176-

-실패하면 어째서 실패했는가를 알고 성공하면 이러이러해서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있음으로써 사람은 보다 높은 곳으로 한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219-

-이미 서천 높이 뜬 달빛이 가파른 계곡의 동쪽 비탈을 파랗게 비추고 맞은편 달그림자 속에선 부엉이 소리가 마치 버려진 아이의 피를 토하듯한 울음소리로 심산의 정적을 강조하고 있었다.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