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40.열하일기 下/ 박지원 지음, 고미숙, 길진숙, 김풍기엮고 옮김

최해식 2014. 8. 5. 00:47

-백하 '윤순' (조선 후기의 문신)은 우리나라 명필이다. 천재의 화려하고 고운 필체가 마치 흘러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매끄러웠다.  -16-

-종이에 갖다대면 먹을 마음대로 놀리는 모양이 마치 부모가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전에 미리 알아차려 받드는 효자와 흡사하다. -18-

-산은 미친 듯 하고 땅은 뒤집힐 듯하다.  나무들은 노한 듯이 부르짖는다.  -34-

-새벽에 풍윤성豊潤城.을 출발하여 고려보에 도달해 보니 모든 지붕을 이엉으로 엮은 초가집들이라 무척이나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묻지 않고도 이곳이 고려보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병자호란 발발 이듬해인 정축년(1637년)에 포로로 끌려온 이들이 마을을 이룬 것이다. 중국 동쪽 편 천여 리에 논은 없는데, 이곳에서만은 논이 있다.  떡과 엿 등이 조선과 흡사했다.  이전에는 사신 일행이 당도했을 때 하인배들이 술이나 음식을 사먹으면 값을 받지 않느 일도 더러 있었으며, 아낙네들은 고국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짓는 이도 적지 않았다.  .....   주인이 고국의 옛정을 생각하여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 도둑질을 일삼곤 하였다.  이런 탓에 고려보  주민들은 차츰 고국 사람들에 대해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여, 급기야는 사신 일행을 만나면 술과 음식을 감추어 두고 잘 팔려고 하지 않았고, 사정사정해야만 겨우 팔되 바가지를 씌우거나 선불을 요구했다.  그럴수록 하인들은 온갖 속임수를 동원해 사기를 침으로써 분풀이를 하고, 그러다 마침내 서로 원수를 대하듯 하게되었다.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56~ 57-

-심유붕 의 가계에서 호질(범의 꾸중)을 베껴 썼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다들 웃느라고 입안에 든 밥알이 벌처럼 튀어나오고, 튼튼한 갓끈이라도 썩은 새끼줄처럼 툭 끊어질 겁니다. -63-

-대개 남의 것을 취하는 것을 도盜라 하고, 생명을 해치고 남에게 못된 짓 하는 것을 적賊이라 한다.  너희들은 불철주야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라리며,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심지어는 돈을 형(옛날 돈은 구멍이 났으므로 공방형孔方兄이라 불렀음) 이라 부르질 않나, 장수가 되려고 제 아내를 죽이질 않나( 사마천의 사기 <손자오기열전>에 나온다 )  이러고도 인륜의 도리를 논할 자격이 있느냐.

어디 그뿐이냐, 메뚜기에게마저 양식을 빼았고 누에힌테서는 옷을 약탈한다.  벌을 가두어 꿀을 빼앗아 가고, 심지어 개미알로 젓갈을 담가 조상들 제사에 올리기도 한다.( <예기> 내칙에  ' 단수 지해 '라는 구절에 나온다. ) 그 잔인하고 야박함이 너희들보다 심한 경우가 또 어디 있단 말이냐. -68-

-호질에서 오죽하면 범도 구린내가 심해 도저히 (북곽선생 을 ) 먹을 수 없다고 포기했을까마는.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 범 ' 이다.  더 정확히는  '범의 말 ' 이다.  범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이야말로 이 작품을 천고의 기이한 문장으로  만들어 준다.  잘 음미해 보면, 범의 말은 단지 북곽선생의 위선이나 허위의식을 꾸짖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문명의 훨씬 근원적인 것을 향하고 있다. .......

........인간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물들을 착취함과 동시에 그 더럽고 비겁한 짓거리를 온갖 도덕적 명분을 동원하여 정당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범은 인간 문명의 온갖 잔혹하고 이기적인 속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호질>이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근대문명이야말로 동물의 무자비한 착취와 자연에 대한 약탈에 근거하고 있는 까닭이다. -75-

-무엇보다 하수의다리河梁.(하량 ) 란 곳이 이별하는 장소로 딱 어울렸기 때문이다.

저 하수의 다리는 , 얕지도 깊지도 않고 잔잔하지도 거세지도 않은 물결이 돌을 끌어안고 흐느껴 우는 듯 흘러간다.  바람도 비도 없고 흐리지도 맑지도 않은 날, 했볕이 땅을 감돌아 어슴프레 비추고 있다.  하수 위 다리는 오랜 세월에 막 허물어지려 하고, 물가의 나무는 가지도 없이 고목이 되려 한다. -155-

-배에서 내려 쳐다보니 하늘빛이 검푸르다.  여러 겹 구름이 주름처럼 접힌 채, 독기를 품은 듯 노여움을 발하는 듯 번갯불이 번쩍번쩍하고

벽력과 천둥이 몰아쳐 마치 검은 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모습이다.

-162-

-초승달은 이미 졌는데, 시냇물 소리는 더욱 요란히 들려온다.  어지러운 봉우리는 음침하기 그지없어, 언덕마다 범이 튀어나ㄹ올 듯 구석마다 도적이 숨어 있는 듯하다. 때로 긴 바람이 우수수 불어와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쓸어 준다. 솟구치는 감회를 누를 길 없어, 따로 <밤에 고북구를 나서며>를 썼다.  물가에 다다랐으나, 길은 끊어지고 물은 아득히 넓어서 도무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저 허물어진 집들 너덧 채만이 물을 의지하여 서 있을 뿐이었다. -176-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다 一夜九渡河記

두 산 틈에서 나온 하수는 돌과 부딪쳐 으르렁거린다. 그 솟구치는 파도와 성난 물결과 슬퍼하며 원망하는 여울이 놀라 부딪치고 휘감아 거꾸러지면서 울부짖는 듯, 포효하는듯, 고함을 내지른는 듯 사뭇 만리장성을 깨뜨릴 기세다.  1만 대의 전차, 1만 명의 기병, 1만 문의대포, 1만 개의 전고戰鼓로도 우르릉 쾅쾅 무너뜨려 짓누르고 압도하는 듯한 물소리를 형용해 내기엔 부족하다. ......

... "여기가 옛날 전쟁터인 탓에 강물이 저렇게 우는 거야."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강물 소리는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내 집은 깊은 산속에 있다.  문 앞에 큰 시내가 있는데, 매번 여름철 큰비가 한 번 지나고 나면 물이 급작스레 불어나 항상 수레와 기병, 대포와 북이 울리는 듯한 굉장한 소리를 듣게 되고 마침내 그것은 귀에 큰 재앙이 되어 버렸다.

내 일찍이 문을 닫고 누워 가만히 이 소리들을 비교하며 들어본 적이 있었다.  깊은 소나무 숲이 퉁소 소리를 내는 듯한 건 청아한 마음으로 들은 탓이요, 산이 갈라지고 언덕이 무너지는 듯한 건 성난 마음으로 들은 탓이요, 개구리 떼가 다투어 우는 듯한 건 교만한 마음으로 들은 탓이다.  만 개의 축筑이 번갈아 소리를 내는 듯한 건 분노한 마음으로 들은 탓이요, 천둥과 우레가 마구 쳐대는 듯한 건 놀란 마음으로 들은 탓이요, 찻물이 보글보글 끓는 듯한 건 흥취 있는 마음으로 들은 탓이요, 거문고가 우조羽調로  울리는 듯한 건 슬픈 마음으로 들은 탓이요, 한지를 바른 창에 바람이 우는 듯한 건 의심하는 마음으로 들은 탓이다.  이는 모두 바른 마음으로 듣지 못하고 이미 가슴속에 자신이 만들어 놓은 소리를 가지고 귀로 들은 것일 뿐이다.-184-

-나 역시 졸음을 이길 수없어, 눈시울은 구름장을 드리운 듯 무겁고 하품은 조수가 밀려오듯 실 새 없이 쏟아진다. ......   솔솔 잠이 쏟아져서 곤한 잠을 자게 되니 천상의 즐거움이 그 사이에 스며 있는 듯 달콤하기 그지없다.  때로는 가늘게 이어지고, 머리는 맑아져서 오묘한 경지가 비힐 데 없다. 이야말로 취한 가운데 하늘과 땅이요, 꿈속의 산과강이었다.   바야흐로 가을 매미 소리가 가느다란 실오리처럼 울려 퍼지고, 공중에선 꽃들이 어지럽게 떨어진다.  ........이는 깊지도 얕지도 않은 술 몇 잔에 취한 채, 장주도 호접도 아닌 그 사이에서 노니는 재미와 결코 바꾸지 않으리라.  달콤한 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 하며 깨어나니, 이 또한 꿈이었다. ........  객점에 이르니 곧 밥상을 내왔다.  허나 심신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피로하여, 수저는 천 근이나 되는 듯, 혀는 백 근이나 되는 듯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상에 가득한 요리가 모두 잠 아닌 것이 없을 뿐더러, 촛불마저 아롱아롱 무지개처럼 뻗쳐 광채가 사방으로 퍼지곤 한다.  -188~ 190-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표범 소리인 양 사납게 으르릉거린다.  거기에 응답이라도 하려는 걸까.  야경 치는 소리가 마치 깊은 산중의 접동새 우는 소리 같다. -218-

-달을 구경하는데, 달빛이 대낮같이 밝았다.  ' 저 달 속에 만일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면 , 달에서 땅을 바라보는 이가 있어 난간 밑에 기대서서 달에 가득 찬 땅의 빛을 구경할 테지요? ' " 그것 참, 기이한 말이로군요! 어허. "-239-

-다락 아래에는 수레와 말들이 묶여 있고, 다락 위에선 사람 소리가

벌 떼나 모기 떼처럼 웅웅거렸다. -244-

-중국은 술 마시는 법이 점잖아서 한여름에도 반드시 데워 마신다.  거기다 술잔은 콩알만 하다,  한데도, 잔을 이에 대고 홀짝홀짝 마신다.  단번에 털어 넣는 법이 절대 없다. 큰 잔으로 마시거나 한꺼번에 주욱 들이키는 풍속 같은 건 일체 없다. 그러니 내가 넉 냥이나 되는 찬 술을 단숨에 들이켜는걸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246-

-연암협에 있는 우리집이 송도에 가까워서 가끔 그곳에 드나들곤 했었다.  송도는 연경에 드나드는 장사치들의 거점이었다.  해마다 칠팔월서부터 시월까지 금값이 폭등하여 한 푼쭝에 엽전으로 마흔다섯 닢, 또는 쉰 닢씩 하지만 조선에서는 금을 쓸 곳이 별로 많지 않다.  문무 이품二品 이상의 금관자나 금띠만 해도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을 뿐더러, 그마저도 흔히들 서로 빌려쓰곤 한다. -252-

-이날 밤 달빛이 유난히 밝았다. '기풍액 ' 과 함께 달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 달의 몸채는 항상 둥근데 햇빛을  빙 둘러 받기 때문에 땅에서 보면 달이 찼다가 기울었다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밤 온 세상 사람들이 일제히 달을 본다면, 보는 장소에 따라 달이 살찌기도 하고 여위기도 하며, 짙기도 하고 옅기도 하지 않을까요,  별이 달보다 크고 해가 땅보다 큰데도, 보기엔 그렇지 않은 이유는 멀고  가까운 차이 때문이 아닐까요,  만약 그것이 참이라면, 해와 땅과 달은 모두 허공에 나란히 둥둥 떠 있는 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별에서 땅을 볼 때에도 또한 그렇게 보일 테지요........  해와 달은 오른쪽으로 수레바퀴처럼 돌아, 도는 궤도가 해는 크고 달은 작으며 도는 주기가 해는 늦고 달은 빠르므로

한 해와 한 달은 각각 일정한 도수에 맞는답니다.  그러니 해와 달이 땅을 둘러싸고 왼편으로 돈다는 말은 그야말로 우물 안 지식이 아니겠습니까. .....   제 친구 ' 홍대용 ' 은 지식이 한량 없이 깊고 넒어서 일찍이 저랑 달구경을 하면서 장난삼아 이런 이야기를 지어냈답니다. 그리고 선배 되시는 ' 김석문 ' 이란 분이  " 삼환부공설 "을 펼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이 학설을 부연한 것입니다. -290~294-

-늦가을에 난 병아리에게 여러 차레 씨를 받으면 사오 년 뒤에는 베개 속에서 꼬끼오 하고 우는 꼬마 닭이된다네.  이놈을 침계枕鷄라고 부르는데, 말도 역시 종자가 작아지기 시작하면 나중에 더 작아져서 침마枕馬가 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크하하하.  늙을수록 새벽잠이 점점 더 줄어들 텐데, 이젠 베개 속에서 나는 닭 울음소리까지 듣게 되겠구먼.   그리 되면 침마를 타고 뒷간을 가도 이상할 게 없겠네그려.-299-  

-우리나라에서 목장을로 가장 큰 곳은 탐라 한 곳으로 그곳의 말들은 모두 원 세조 때 방목한 종자로, 사오백 년을 두고 내려오면서 종자를 한 번도 걸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 용매나 악와에서 나는 준마들이

과하 나 관단 같은 조랑말이 되고 말았다.   대궐을 지키는 장수들에게 이 과하와 관단을 내려주니, 고금 천하에 이런 느림뱅이 조랑말을 타고 적진을 향하여 달린 적이 있었겠는가.  이것이 첫째로 한심한 일이다.  대궐에서 기르는 말에서부터 장수들이 타는 말에이르기까지 모두가

요동이나 심양 등지로부처 사들인 말들이다.  만일 요동이나 심양 길이 끊어지는 날이면 또 어디에서 말을 얻을 것인가.  이것이 둘째로 한심한 일아다.   훈련원, 금위영, 어영청, 이 세 군영의 초관들은 다들 백 명의 군졸을 거느린 장수임에도 불구하고 말 한필도 갖출 능력이 없다. 그러다보니 훈련에선 임시로 말을 빌려 탄다.  혹시라도, 말을 빌려 타고 전쟁에 나간다는 소리가 이웃나라에 알려질까 두럽다. 이것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299~ 301- 

-무릇 동물의 성질이란 것도 사람이나 다름없어 힘들면 쉬고 싶고, 답답하면 풀고 싶고, 굽으면 펴고 싶고, 가려우면 긁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따금 굴레와 고삐를 풀고 물가에 놓아 주어 답답한 기운을 풀어줘야 한다ㅏ.  이것이 곧 동물의 성질에 따라 그뜻을 맞추어 주는 일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말을 다루는 솜씨가 틀렸고, 또 말을 먹이는 방법이 옳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목말르 때 물 마시고 싶은 심정는 굶주릴 때 밥을 찾는 것보다 더 간절하다.   .......  그런데 말은 성질상 익힌 음식을 가장 싫어한다. 뜨거운 것은 병이되기 때문이고 콩이나 여물에 소금을 뿌리는 것은, 짜게 하여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해서이고,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은 오줌을 잘 누도록 하기 위해서이며, 오줌을 잘 누도록 하는 것은 몸에 지닌 열을 풀게히기 위해서이다.  .......   만일 외국에서 말을 구하여 사사로이 기르는 일이 미심쩍어보인다면 해마다 드나드는 사신들 편에 몰래 사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편법이야 없겠는가?-302~ 303-

-관원들이 말 기르는 법에 무식하다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나라의 사대부들은 보통의 허드렛일은 일체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 , 말 기르는 일을 한 나라의 큰 정책으로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수치로 여겨 하인들의 손에만 맡겨두니, 직책은 감목監牧이지만 사람은 양반 벼슬아치인지라  말 기르는 법에 대해선 도통 알지 못한다.  이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우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304~305-

-내 나이 늙어 아침저녁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은 신세라오........   달 아래 이별을 하고 보니. 훗날 선생이 그리울 적엔 저 달을 보며 만 리 밖에 계신 선생을 본 듯 여기겠소이다.  -311-

-옛 성인은  옳은 것이 아니면 지푸라기 하나라도 남에게 주지 않고, 옳은 것이 아니면 지푸라기 하나라도 남에게 받지 않았다.  지푸라기와 같은 하찮은 물건까지도 조심하라는 성인의 말씀에   오미자 몇 알은 정말 지푸라기기처럼 보잘것없는 물건인데,    오늘 오미자 사건을 겪고나니 비로소 지푸라기에 대한 성인의 말씀이 지나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369-

-저 강산은 유구한데 세상 인심은  삽시간에 달라져 버렷다.   권세가 있을 적엔는 모두들 미친 듯 달려오더니, 눈 한 번 돌리는 사이에 시세가 바뀌고 대접은 싸늘해진다.  어디에도 기댈데 없이 마치 진흙소가 바닷물에 풀어지듯, 얼음산이 햇빛에 녹아 버리듯, 천고의 모든 일이 이처럼 흘러가니 이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373-

-술 마시는 풍속은 세상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험하다.  .......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 배는 너무 커서, 반드시 이마를 찌푸리며 큰 사발의 술을 한 번에 들이켠다. 이는 들이붓는 것이지 마시는 게 아니며, 배 부르게 하기 위한 것이지 흥취로 마시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술을  한번 마셨다 하면 반드시 취하게 되고 ,취하면  바로 주정을 하게 되고, 주정을 하면 즉시 싸움질을 하게 되어 술집의 항아리와 사발들은 남아나질 않느다.  풍류와 운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그러고선 오히려 중국식으로 술을 마시면 전혀 배가 부르지 않다며 비웃는다.  지금 이 호사스러운 술집을 압록강 동쪽으로 옮겨 놓는다면 아마  하룻밤도 지나지 않아  그릇과 골동품을 두들겨 깨고, 아름다운 화초를 꺾고 밟아 버릴 것이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38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