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339/ 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지음

최해식 2015. 10. 16. 21:02

-151017읽음.

 

- 베껴쓰기 ;

새마을호가 호화스러워서가 아니라 표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 나들이가 호화 여행이 된 모양이었다. 그러나 송정까지만 호화 여행을 하고 나서 광주로 가 일박하고, 다음날 해남 대흥사 일지암에서 일박하고,다시 광주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기까지는 순전히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친구의 잘못이엇는지 고의였는지 광주에서 해남까지의 장거리도, 직행버스도 못 타고 수도 없이 정거하는 그냥 시외버스를 타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여행은 과정을 무시한 목적지 위주의 여행이었다. 그게 얼마나 바보 여행이었던가를 알 것 같았다. -11-

 

- 내가 지금가지 해온 여행은 과정을 무시한 목적지 위주의 여행이엇다. 그게 얼마나 바보 여행이었던가를 알 것 같았다. -12-

 

- 일본 비와湖 유람선상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면서 천하의 절경처럼 탄성을 지른 나의 천박한 관광여행을 이켜보면서 심한 부그러움을 느꼈다. -23-

 

- 흐르는 큰 강물에는 양심의 가책 없이 오줌을  깔길 순 있지만,하루 한 통이나 고일까 말까 한 옹달샘물에 오줌을 누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짓이다. -25-

 

- 그때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손만 들면 버스가 서던 때였다. 버스도 더디고 봄날도 더뎠다. 황혼이 마냥 길게 꼬리를 끌고 도무지 깜깜해질 줄 몰랐다. 옆구리에 섬긴강을 낀 길은 아마 밤새도록 그만큼밖에 안 어두워질 것 같았다.  멀리 가까이에서 벚꽃인지 배꽃인지 모를 흰 꽃들잉 분분히 지고 있었다.  그런 휘뿌염 때문에 하늘에 달이 있는지 없는지 살필 것도 없이 달밤이려니 했다. 달밤의 섬진강은 청승맞고도 개울물처럼 친근했다.  큰 강이 그렇게 사람살이와 거리감이라곤 없이 가까이 붙어서 흐르는 건 처음 보았다. 그래 그랬던가.  그쪽의 희뿌연 어둠 속엔 강 비린내와 함께 연기 냄새 같은 게 섞여 있었다. -33-

 

- 청년은 저런 여자는 무시해줘도  싸다는 듯이 더는 거들떠도 안 봤다. 나는 무시를  당하고도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 청년은 [토지]를 읽었을까? 어떤 문학이 그 문학을 낳은 땅이 구석구석 이름 없는 촌부의  마음속에까지 드높은 자존심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굉장한, 전율스럽기 조차 한 일인가 -34-

 

- 역시 섬진강변이었다.  푸른 들 푸른 나무 사이로 보이는, 추수를 앞둔 논의 빛깔은 수시로  아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빛깔이 바로 저 빛갈이 아니었을까 싶게 그 빛깔은 단순한 심미안을 넘어 더할 나위 없이 깊은 평화와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우리 길을 마냥 따라오는 코스모스 또한, 가을 논을 바탕색으로 하여 바라볼 수 있어서인지, 그 자태가 그렇게 간드러질 수가 없었다. ...........뫼꽃 넝쿨이 올라간 돌담 위에 걸린 낮달이 쨍하게  푸른 하늘에 번질 듯이 부드러워 보였다.-38-

 

- 옛날 돌다리나 나무다리처럼 난간 없이 낮게  걸린 다리가 있기에 내려가 보았다. 역시나 섬진강이었다. 밑에 깔린 자갈을  일일이 셀 수도 있을  만큼 투명하고,송사리 떼가 희롱하듯 노니는 것은 물풀이나 자갈이 아니라,거꾸로 잠긴 푸른 하늘 위 나부끼듯 가벼운 새털구름 사이였다. 송사리도 그쯤 되면 신선놀음 아닌가.

다시 마을을 찾아 강변길을 벗어났다. 꽤 오래 희고  꾸불꾸불한 길이

산간을 파고들 듯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치 가위로  실을 끊듯이 길이 뚝 끊기고 마을이 나타났다. 삼태기에 안기듯이 산에 다소곳이 파묻힌 마을이었다. 이곳에 함안 조씨 문중의 재실이 있었다. 이 집은 목질의 장점을 교묘하게 살리고 그 구성의 미도  범상치 않은,드물게 보는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42-

 

-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위치한 고택 '운조루' 는 삼수부사 '류이주' 가 세운 곳으로 이름난 이 양반가옥은 풍수지리적으로 '금환낙지'에  자리 잡았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44-

 

-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 라는 수필에는 낙엽 타는 냄새가 기가 막히게 미화되어 있다.   낙엽 젖는 냄새는 그 이상이었지만  나의 말주변이 이효석에 못 미치니 안타깝다. -52-

 

- 신비감이란 느끼는 이와 대상 사이에 감질나게 아른대는 은은한  장애물이 있을 때 비로소 생겨나는 정서이다. 그리하여 全裸보다는 半裸가 신비하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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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선글라스를 끼고 붙어다니는 우리 일행은 영락없는  줄봉사의 행렬이다. -134-

 

- 짓밟혀도 짓밟혀도 살아남는 질경이의 강한 생명력은 줄기 없이 잎이 직접 땅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168-끝.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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