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336/ 내마음의 무늬 - 오정희 지음

최해식 2015. 10. 10. 19:18

-2014.1.16 처음 읽음.  2015.10.10 다시 읽음.

정말,글 잘 쓴다.감동이다.이게 바로 예술이다.

 

- 1년 6개월 전에 한번 읽엇다.

글이   마음에 들어서  다시 한번  읽고 싶다.

 

-글쓰기의 즐거움! 글쓰기의 행복! 글쓰기의 황홀!

어쩌면 나는 단지 '좋은 문장가' 가 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많이 생각하고 오래 삭히어 빚어내는 한 줄의 고요하고 단정한 문장과 깊은 울림으로 숨 쉬는 행간의 세계는 모든 글 쓰는 자,글 읽는 자들의 꿈일 것이다. -4-

 

- 귀로 ;

낳은 곳을 향해 목숨을 걸고 수 만 킬로미터의 바닷길을  헤엄쳐 돌아가는 물고기의 母川回歸 母川回歸 산과 바다를 건너 수만 리 창공을 날아가는 새들의 비행이 단순히 유전자 속에 각인된  본능이라거나 지구 자기장의 영향이라는 학설을 넘어서서 많은 상징성과 문학적 형상화를 이루는 것이리라. -23-

 

 

 

- 어느새 풀벌레 소리 맑고 청량하게 들리는 가을이다. -29-

 

- 아이들은 자신잉 태어나기 이전에 있던 세계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기 위해 일정 기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던가. 아이들은 인간의 말을

배워가면서 자신이 떠나온 곳을 잊게 된다고 한다.

바람에 흩어진 씨앗이 우연히 떨어진 곳에 뿌리내리고 자라듯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사람의 몸에서 태어나 선택하지 않은 구조 속에 편입된다. 그 해명할 수 없느 신비를 운명이라고도 하고 우연이라고도 하고 더 큰 섭리와 질서 속의 필연이라고도 말한다. 어둡고  따뜻한 자궁 속에서 달을 채운 아기는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온몸으로 빙글빙글 돌며 좁은 산도를 빠져나온다. 온몸에 피를 묻힌 채 두 주먹을  꽉 쥐고 태어나는 아기의 모습을 본 일이 잇는지.산모가 출산을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하듯 아기 역시 그렇게 힘든 고통으로,오로지 생존하고자 하는 본능의 힘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33-

 

- 어린이는 나의 과거이고 늙은이는 나의 미래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월을 덧없이 흐르는 물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정신과 몸에 깊은 금을 새기고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살아온 시간은

켜켜히 나이테를 이루며 내부에 축적되엉 내면화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다 다른 그 결이 보인다. 나뭇잎의 흔들림에서 바람의 존재를 느끼듯 우리는 변화로써 시간의 흐름을 감지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제까지 나이가 변모시킨 우리들의 얼굴,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낸 시간의 얼굴이라 할 수 잇지 않을까.-43-

 

- 범상하고 평범한 인생의 나날들의  사소한 변화들이 기적의 연속임을 진실로  깨닫게 된다면 나이 먹고 죽어가는 것도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오히려 이것을 알기 위해 일생을 허위허위 달려오는 것은 아닐까.  육신잉 늙어갈수록 눈길과 마음에 닿는 모든 것이 경이롭고 신선해진다는 이 아이러니! 그래서 인간을 신의 축복이라고 하는 지도 모른다. -45-

 

- 봄날은 오는 듯 머무는 듯 곧 가버릴 것이고 투명 테이프로 벽에 붙여진 글귀는 가는 봄과  더불어 떼어질 것이다.

........기억 속의  봄 풍경은 언제나 지나치게 환하고 화사한데 그 풍경을 담는 마음은 이상하게도 조금쯤 그늘지고 슬픔이 묻어 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인지 모른다. -48-

 

- 어떤 일이든 되풀이 하면 면역이 생기고 둔감해지기마련이건만 계절 감각만큼은 갈수록 예민해진다. 자연의 변화에 민감해진다는 것은 나이 탓도 잇고 또 그만큼 외롭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51-

 

- 다시금 봄이다. 천지는 모든 목숨 가진 것들이 부활과 생명의 약속으로 움터오는 소리 없는 함성으로 가득하고 햇살은 순은의 빛남으로 밝고 따스하다. 나부끼는 바람처럼 마음은 한없이 내달리는 가 하면 정일한 침묵으로 고요히 가라앉으며 이 모든 것들을 처음인 듯  애달픈 마지막 작별의 인사인 듯  오래오래 바라본다. -52-

 

- 낮달처럼 모호하고,고즈넉하던 이 도시의 첫인상은 ..........-56-

 

-  물고기의 몸에서 풍기는 비린내, 혹은 새의깃털에 묻어 있는 먼 곳의 바람소리같이 어쩔 수 없는 이곳의 정서가 들어 있어 그것에서 나는 춘천이라는 곳을 본다. 느낀다. -58-

 

-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생활,인생에서 그렇게  단번에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벽은 없다. 밥도 한 숟갈씩 먹으며 그릇을 비우고 먼 길도 한 걸음씩 떼어놓으며 천 리를 가고 생활의 벽도 한 칸 한 칸 손톱을 박아가며 기어오르는 것이고 완성과 초월에 이르는 길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64-

 

- 고개를 젖혀 달도 보고 별도 보고 담장 안에서 비죽이 솟아 어둠 속에서 꽃피우는 나무들을 하냥 바라보는 해찰을 부리기도 한다. 동화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달려가는 밤 기차를 보며 아련한 향수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밤길을 혼자 걸어본 사람은 안다. 꽃피는 봄과   잎 무성한 여름,스산한 가을과  얼어붙은 겨울,달과 별과 바람이, 서로에게서 '머만치' 떨어져 서 있는 나무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살고 있음을.

어둠 속에 조용히 서 있는 나무들은 우리에게 살아가라고,세상은 아름답고 충분히 견딜 만하다고 나직이 말하며 사시사철 마파람에 문풍지 떨듯 펄럭이는 마음을 위무하며 잠재우는 듯하였다. -68-

 

- 저녁 6시, 불을 켜기에는 이른 사간이었지만 햇살잉 물러간 실내에는 물빛 같은 그늘이 밀려들고 있었다. 서쪽으로 난 부엌 창을 통해 불그레하게 노을이 갈리는 하늘과 바람이 잦아듦에 따라 해묵은 나무의 무성한 이파리들이 고요해지는 것이, 고단한 새들이 깃들 곳을 찾아 날아드는 것이 보엿다.

해질녘이란 무엇인가?

빛과 어둠이,현실과 환상이,존재와 부재가,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흐려지고 무너지는 시각이 아닌가.따라서 얼마든지 환상이 가능한 시각이 아닌가.그래서 사람들은 하루 내내 옥죄고 있던 일상의 시간에서 잠시 비켜서서 인생에 대해 무언가를 사색하게 되는 것이다. -72-

 

- 아침잠에서 깨어나 맨 처음  떠오르는 사람이 연인이고,맨 처음 하게 되는 생각이 진정한 욕망이고 문제라는 말들을 한다.

그 이론에  따른다면,몹시 배가 고플 때 당연히 밥이 절실해지는 것처럼 육신이 피곤하거나 정신이 산란할 때,우울할 때 묘약처럼 그리워지는 것이 커피 향기와 그 뜨겁고 달고 쓴 맛인 나는 애호가를 넘어 커피중독자인 모양이다. -93-

 

- 물 위에 떠 있는 빙산;

보이는 부분을 위해 얼마나 많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일까.

"훌륭한 목수는 못을 쓰지 않고 집을 짓고,하늘의 옷은 바느질한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고 한다. -141-

 

- 아침에 눈뜨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듯한 두근거림,

문밖을 나서면 또한 무엇이 만나질 것 같은 막연한 예감,암시 따위를

희망이라 여길 만큼 소망이 작아졌다. 흔적 없이 부서지고 헝클어지고 타성적으로 살아지는 하루라 해도 아침은 언제나 희망인 것이다. -142-

 

- 가게로 가는 길에 문득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노년기의 꿈으로 낮아지는 산 위로,해가 지고 있다. 오늘 역시 기억되지 않을 많은 날들 중의 하루로 지나갈 것이다'  라는 문장을 짖고 중얼거린다. 나는 나도 모르게 문장을 만들고 있었다. -155-

 

- 얼음을 녹일 때 불이 아닌 물을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막힌 글은 글로써 싸우고 뚫고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71-

 

- 화장품 회사 사장님이 제게 물으셨습니다.

"요즘은 어떤 걸 쓰고 계십니까?"

"제대로 쓰기나 하나요"

"그래도 열심히 쓰셔야죠. 얼마큼 관심을 갖고 성의를 갖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가 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저마다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자기가  가진 창을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한다는 것, 새들은 저마다 제 이름을 부르며 노래한다.는 것 등을  떠올리면서 동문서답의 아이러니를 느꼈습니다.-175-

 

- 밥도 한 숟갈씩 먹어 한 그릇을 먹는 것이고 천릿길도 한 걸음씩 가다 보면 도달하게 마련인 것을 왜 그리 오지 않은 날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현재의 날들을 낭비해버렸는지 모릅니다. -181-

 

 

- 한반도에서는 이 땅에 나라가 선 이래 평균적으로 7,8년마다 한 번씩 난리가 났다고 한다.

........가깝게는 한국동란으로부터 청일전쟁,병자호란,임진왜란 등 전재이 한 가문의 운명을  뒤흔드는 분기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잇다.

...............부모는 일제 식민지시대에 태어나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겪었고 광복 후에는 한국동란이라 불리는 6.25전쟁을 겪었다.  길지 않은 한 생애에서 겪은 세 차례의  큰 전쟁은 그들의 삶과  의식을 뿌리로부터 뒤흔들고 바꾸어 놓았다.

.............역사에 가정은 필요 없는 것이라지만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아마 다른 삶,다른 운명을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185~186-

(*전쟁을 겪지 않은 우리세대는 참으로 행복하지 않은가! 감사드리자.)

 

-...........-246-끝.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