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331 / 새벽예찬 - 장석주 지음

최해식 2015. 10. 6. 13:23

-151006읽음.

 

- 웃음은 비를 잔뜩 품은 먹장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햇빛입니다. -14-

 

- 밤나무숲의 밤꽃 향기가 왈칵 하고 공중에 엎질러졌지요. 정말아찔하게 강한 향기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22-

 

-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 것도 그 긴긴 여름날 오후의 낮잠 때문이었겠지요.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 것일까요,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 일까요? -47-

 

- 노자의 [도덕경] 이나 오정희의 단편소설을 나른한 손길로 넘기며 게으르게 뒤적거립니다. -53-

 

- 조선시대 선비 신흠(1566~1628)은 이렇게 썼습니다.

"북산의 나무가 비록 아름다워도 성대한  궁전에 쓰려면 반드시 깎아내고 다듬어야만한다. 곤륜산의 옥이 비록 훌륭해도 제후들이 장식하는 옥으로 사용하자면 반드시 쪼아내고 갈지 않으면 안 된다."  재능만이 능사는 아니지요. 재능을 넘어서는 각고의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58-

(참고글)

추사 김정희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평생 벼루 10개를 구멍 내고 붓 1000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 고 썼습니다. 천재에게 타고난 재능은 그가 쓸 수 있는 인간적 용량에서 한 방울의 물,혹은 한줌거리밖에 되지 않지요.그야말로 뼈를 갈아내는 노력이 천재 탄생의 원천인 것이지요. 한줌 재능을 믿고 평생을 허랑방탕하게 지내는 자들을 여럿 보앗으나,그들은 대개 실패하고 맙니다.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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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푸르고 한 입 베어 먹고 싶을 만큼 이쁜 분홍빛 솜사탕 같은 구름이 드문드문 떠 있습니다. 새벽부터 매미가 극성스럽게 울어댑니다. 땅의 기운을 흠뻑 빨아들인 나무들의 짙푸른 잎들잉 일제히 바람에 사운거립니다. 수은처럼 빛나는 이슬 몇 방울 머금은 채 나팔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잇지요...................고요는 양수가 터지듯 파열하고 곧 붉은 아침 노을이 흥건한 가운데 해가 머리를 쑥,들이밉니다. -63-

 

- 언제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너무 빨리 지나갑니다. -77-

 

- 별들이 깔린 푸른 카펫 위로 노란 달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나옵니다. 바람 잦아드니 다시 천지 사방은 고요합니다. -111-

 

- 한로 ;

백로 지나고,추분 지나니 이젠 완전한 가을 입니다. 곧 한로고, 그 다음은 상강입니다. 새벽마다 무서리가 내리고 한로 무렵엔 잘 여문 대추들도  날 잡아 털 수 잇겠지요. 맹렬하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훌쩍 물러나고 마술처럼 계절이 바뀌어버린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들판의  벼들은 이삭이 패고 살 오른 메뚜기들은 가로세로 튑니다. 엊그제까지 숲속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리고,덜 연문 밤송이들은 푸르고,이마에 닿는 한낮 햇볕이 따가웠는데,며칠 새 여름은 그 자취를 완전히  감췄습니다. -121-

 

 

- 어린 시절 부르던 [동심초] 의 가사가 김억의 시인 줄만 알았느데,

아,옛사람의 시였군요!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라는고     -설도 [춘망사]  일부분. -128-

 

 

- 오늘은 입동인데, 낮엔 햇빛이 나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작년 입동이 어제 같은데,그새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세월 빠릅니다. 내일은 기운이 쑥 내려가 추워진답니다. -187-

 

- 십이월입니다. 십이월은 오접된 전화처럼 예기치않은 순간에 불현듯 들이닥칩니다. 지난가을 하늘은 깊고 융융한데,지상을 떠나는 것들이 치르는 이별의 예식들은 장려했지요.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의 잎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볼만했었지요. 그 잎들이  삐라처럼 우수수 떨어지느데,저는 그 나무들 아래서 왜 내가 나무가 아닌 발 달린 짐승인가를 곰곰 생각해봤지요. 발달린 짐승은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시렸습니다. -205-

 

- 십이월이면 촛대,등잔,이불,구운 빵,접시,커튼 같은 것들이 좋아집니다. -206-

 

- 저의 책읽기는 오래 굶주린 자가 음식을 앞에 두고 보이는 태도와 비슷했습니다.  책을 읽고,읽고,또 읽었습니다. 정신없이 책을 탐한 것은

그 안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찿았기 때문이지요

책읽기는 우선 남과 그가 일군 세계와의 만남이요 교감이지요.제가 그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책의 지은이와 만나는 것이지요.만남은 대화와 소통으로 이어집니다. 타인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동안 뜻밖에도 내면의  들뜸은 가라앉고 고독은 위로받습니다. 책을 읽으면 강박과 고독은 그 부피가 줄고 기쁨과 지혜는 커집니다.

..........책읽기를 하면 책은 지식과 교양,그리고 사유의풍요를 약속합니다. 책은 사람과 사물을 한눈에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키워줍니다. 책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지혜를 줍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난 뒤 들길이나 호젓한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은 책의 자양분을 충분히 취하기 위해 빠뜨릴 수 없는 과정이지요 그 산책은  책에서 자극받은 사유와 상상을 키우고 무르익히는 시간이지요.

 조선시대 선비 박규수는 책읽기가  "천년의 현인과  벗 삼는 일" 이라고 말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 세상의  현인과 벗 삼는 것이  정녕 옳다.

그러난 천고적 사람을 사귀라고 옛사람이 말하지 않았던가? 이 책에서 다룬 천고의 현인은  모두 내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친구 삼고 싶은 분들이다. .................. 가을비 내리고 낙엽 지는 아침이든 대숲으로 난 창가에 눈이 내리는 밤이든 한 부를 뽑아 읽는다면, 거기에는 속세를 벗어나 숨은 고매한 현자도 있고,문장에  능한 재사도 잇다." 라고 했다.

 

천년의 여러  고매하고 재주 있는 사람들과 벗 삼는 일은 근사하지 않은가요?-278-

 

- 마침내 이성이 잠들고 대신에 禪的직관의 혼이 깨어난다.  그 혼이 깨어나면 닫혀 잇던 마음의 눈과  귀가 홀연히 열린다.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 맘껏 보고 들으려고 했다

無廉受胎무렴수태,가뭄,시체,전쟁,우는계집애,감나무 꼭대기에서 비맞고 잇는 가마귀, 춤추듯 걷는 소녀들의 걸음걸이,교미도 없이 태어나는 곤충들,월식의 밤들,홍시를 떨어뜨리는 바람,폭풍,우박,서리가 깔린 새벽의 빈들,해거름,집 밖을 하염없이 떠도는 젊은아버지들, 실직의 날들,수음하는 형들,어둠 속을 뜷고 가느 기차,붉은 동백,사기꾼,도끼의 벼린 날,무인도, 땀,쉰밥,여자의 반쯤 감은 눈매,둥근 젖,악몽 ,울부짖는 산모,모천을 찾아오는  연어떼,새들이 날아와 죽는 다는 페루의 해안, 탑,

항아리, 된장 속에서 꿈틀거리는 구더기들 ,교성들,꽃의 피고 짊,늦은 저녁 여물을 먹는 늙은 당나귀의 비애,진눈깨비,새기를 낳는 암소,죽은 제 새끼를 물고 뛰어다니는 암캐,아무도 오지 않는 저녁들.......     -313-

 

-.............-315-끝,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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