副題 ; 유시화의 하이쿠 읽기
-151201읽음.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로 일컬어지는 '하이쿠俳句'는 본래 5.7.5의 열일곱 자로 된 정형시이다. 450년 전쯤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나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애송되고 있고,현재도 많은 시인들이 자국의 언어로 하이쿠를 짓고 있다. 정작 이웃 나라인 우리에게는 아직도 낯선 단어로 다가오지만 하이쿠는 일본의 문학을 넘어 세계인의 문학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하이쿠俳句는 압축된 언어로 순간을 포착하는 문학이다. 하이쿠의 최대 장점은 말의 절제와 압축에 잇다. 단 한 줄로 사람의 마음에 감동과 탄성을 일으킨다. 한줄이지만 그 여운은 오래간다. 수백 년 동안 파격을 거의 허용하지 않은 이 독특한 시작법은 생략함으로써 더 가슴에 가닿으려는 시도이다. 때로는 일반 시의 제목보다도 짧아서 시의 제목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이쿠俳句는 원래 와카和歌 혹은 短歌로 불리는 정형시의 일부로 출발했다.
'와카'는 '일본의 노래' 라는 뜻으로 계절의 변화와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5.7.5 / 7.7의 서른한 자로 된 정형시이다. -590-
- 나라 시대 ; 나라에 수도가 있었던 710년에서 794년까지의 시기-591-
- 헤이안 시대 ;간무 왕이 수도를 지금의 '나라' 인 헤이조쿄에서 지금의 '교토' 인 헤이안쿄로 옮긴 794년부터 가마쿠라 막부가 세워진 1185년까지이다. 이 시대 알려진 시가집은 [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 에 '기요하라노 후카야부淸原深養父'는 '눈내리는 풍경' 을 읊는다.
"겨울인데도
하늘로부터 꽃이
뿌려지는 건
구름의 저쪽 편은
봄이기 때문일까." -594-
- 무로마치 시대 ; 1336부터 1573년까지의 무인 정권 시대. .......일본 역사상 최초로 민중이 크게 활약한 시대로 서민 문화가 형성되었다.
다소 서민적이면서 재미있고 해학적인 시를 지으려는 움직임이 일어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하이카이 렌가俳譜連歌,즉 '해학적인 렌가' 이다.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쉽고 재미있으면서 익살스럽고 재치 넘치는 시 형식이 등장한 것이다. -606-
- 이 하이카이俳譜가 17세기 후반에 이르러 시문학의 중심이 되는 대사건이 일어났다. 다름 아닌 위대한 시인 '마쓰오 바쇼' 가 등장한 것이다.
바쇼는 하이카이를 말놀이가 아닌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켜 와카和歌나 렌가連歌와 같은 위치에 올려놓은 천재 시인이다.
...........오늘날에도 하이쿠俳句가 대중시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무렵 바쇼라는 스승을 중심으로 하이쿠에 열정을 불사른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이쿠俳句' 는 이 '하이카이의 홋쿠發句' 를 줄인 말로, 메이지 시대(1868~1912) 에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가 처음 확립한 용어이다. -610-
- 바쇼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사이교(西行 1118~1190)를 알아야만 한다. 바쇼보다 5백 년 앞서 산 이 천재 시인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스물세 살에 아내와 자식 등 세속의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해 죽을 때까지 방랑으로 일관했다. 길 위에서 2천여 편의 뛰어난 와카를 지었다.
...........사이교의 시와 방랑은 바쇼의 시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쇼는 사이교의 삶을 본받아 일생을 여행과 방랑으로 일관했다.-611-
- 마쓰오 바쇼는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일본 최고의 하이쿠俳句 시인이다. 일본의 문화와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쇼의 시와 산문을 비켜 갈 수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350여 년 전 사람이자만 바쇼는 오늘날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문인 다섯 명 안에 든다.
바쇼는 에도 시대 전기인 1644년 하급 무사의 집안에서 태어나 열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615-
- 바쇼는 45살 되던 해인 1689년에 충실한 제자 '가와이 소라河合曾良' 와 함께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가 흠모한 사이교의 500주기가 되는 해였다. 에도에서 출발해 156일 동안 일본 동북부 지방 2,400km를 걷는 대장정이었다. 이 여행의 기록 [오쿠노 호소 미치奧の細道](깊은 곳으로 가는 좁은 길]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바쇼의 삶과 시가 담긴 위대한 문학작품으로,후대 하이쿠 시인들으이 교과서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일본 최고의 기행 문학으로 꼽힌다. ........바쇼가 걸어간 이 여정은 현재 일본인들이 가장 걷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길이 되었다. 후대의 많은 시인들이 그 길을 따라 걸었으며,NHK 방송에서 31회에 걸쳐 전체여정을 소개하기도 햇다. 길의 명소마다 바쇼가 그곳을 지나며 지은 하이쿠가 돌과 나무에 새겨져 있다. -617-
- 제자 교리쿠에게 쓴 [교리쿠에게 주는 작별의 글]에서 바쇼는 "나의 시는 하로동선夏爐冬扇_여름의 화로,겨울의 부채) 처럼 대중의 취향과 달라 쓸모가 없다." 라고 말했다. 자신의 시를 비하하고 있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시에 대한 강한 의지이다.-620-
- 인간의 궤적은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를 반복한다. 나무가 자라듯이 밖으로 성장하는 고통이 있고,나이테처럼 안으로 응축되는 고통이 있다. 한 편의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이다.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성장은 없다. -623-
- 헤이안 시대의 세이쇼나곤淸小納言이 쓴 [마쿠라노소시 ]는 일본 수필 문학의 효시이다. 이 책에서 세이쇼나곤은 자기가 생각하는 사계절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적어 내려간다.
"봄은 동틀 무렵.조금씩 밝아 오던 산 능선이 점점 환해지면서 그 위로 보랏빛 구름이 가늘게 떠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여름은 밤. 달이 뜬 밤은 더할 나위없이 좋고,칠흑같이 어두워도 반딧불이가 반짝이며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반딧불이가 한 마리나 두 마리 희미하게 빛을 내며 지나가는 것도 운치있다. 비 내리는 밤도 좋다.
가을은 해 질 녘. 석양이 비치고 산봉우리가 가까이 보일 때 까마귀가 세 마리나 네 마리,아니면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둥지로 날아가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기러기가 줄지어 저 멀리 날아가는 광경은 한층 더 정취 있다. 해가 진 후 바람 소리나 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기분 좋다.
겨울은 아침. 눈 내린 아침은 더욱 좋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것도 멋있다. 몹시 추운 날 서둘러 불을 지피며 숯을 들고 지나가는 모습은 이맘때 어울리는 풍경이다." -643-
- 하이쿠의 해석은 전적으로 읽는 이의 몫이다. 무엇을 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느끼는가가 하이쿠의 명제이듯이 '무엇을 읽는가' 가 아니라 '어떻게 읽는가' 가 하이쿠 읽기의 핵심이다. -689-
- "왜 일본의 문학을 소개하느냐?" 라며 다분히 감정적으로 묻는 사람들이 있다..........하이쿠는 아직 제대로 소개된 적조차 없는데도,그는 그것이 '경제성을 지닌 왜색 정서의 잠입을 뜻한다' 고 경계한다. 논리의 근거가 빈약한,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다. 하이쿠를 '왜색' 이라고 배척하는 것은 감정적 편견을 대입해 문학을 국경선 안에 가두는 짓이다. 하이쿠를 소개하는 것은 '일본 문학' 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학' 을 소개하는 것이다. 좋은 문학은 민족주의를 뛰어넘어 인간 본래의 경험과 감성에 다가간다.
하이쿠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하이쿠는 이미 영어권,불어권,독어권을 비롯해 북유럽과 남미에서도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722-
- 2008년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세계 하이쿠 페스티벌에는 미국과유럽뿐 아니라 남미,인도,파키스탄,방그라데시의 하이쿠 시인들이 모였다.
........이제 하이쿠는 더 이상 일본만의 문학 장르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시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순간에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원자력 발전소 파괴로 방사능이 끝없이 유출되고,경제가 악화되엉 가는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그 불안감과 내부 동요를 만회하기 위해 늘 반복해 온 것처럼 타국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것은 세계가 하나로 이어진 이 시대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위이며,나아가 자신들잉 가진 아름다운 문화유산인 하이쿠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이토록 아름답고 독특한 문학 형태를 발전시켜 온 나라에서 그토록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은 자멸을 불러올 뿐이다. 아름다움의 파괴만큼 큰 죄는 없다. 하이쿠의 이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숙명적인 관계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희망하며,하이쿠는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잇다고 나는 믿는다. -724-
- 우리가 불을 이해하지 못해도 불은 우리를 태우듯이, 시를 이해하지 못해도 시는 우리의 마음에 스며들고 우리의 정신을 변화시킨다.-729-
- 바쇼가 역설한 '不易流行불역유행' 즉 '변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되,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기 혁신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하이쿠의 정신이다.-731-
(참고글) ; http://cafe.daum.net/kunsan41/S1d9/374?q=%BA%D2%BF%AA%C0%AF%C7%E0&re=1
마쓰오 바쇼가 하이쿠의 본질을 포착하기 위해 제시한 말이다.
'不易은 시대의 변화를 초월해 불변하는 것, 流行은 그때마다 변화하는 것 을 말하는데 이 둘은 본직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유행하면 자연히 불역이 생기고, 또 진정으로 불역하면 유행이 형성된다는 게 바쇼의 생각이다. 이는 하이쿠의 본질적 성격을 靜(불역)과 動(유행)의 두 가지 측면에서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734-끝. 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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