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355 / 호미 - 박완서 지음

최해식 2015. 11. 11. 19:38

-151113읽음.

 

- 돌이켜보니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

내 나이에 6자가 들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 아마도 삶을 무사히 다해간다는 안도감 -  나잇값 때문일 것이다. -4-

 

(참고글) ; 다음 백과사전 

「종고(宗杲)가 선(禪)을 논해 말하기를,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무기를 한 수레 가득 싣고 와서 하나를 꺼내 휘두르고, 또 하나를 꺼내 휘둘러도 사람을 죽이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나는 한 치 쇳조각만 있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宗杲論禪曰, 譬如人載一車兵器, 弄了一件, 又取出一件來弄, 便不是殺人手段. 我則只有寸鐵, 便可殺人.)」

이 이야기는 남송(南宋)의 나대경(羅大經)이 지은 《학림옥로(鶴林玉露)》에 나오는데, ‘촌철살인’이란 선(禪)의 핵심을 파악한 말로서, ‘살인(殺人)’이란 마음속의 잡된 생각을 없애고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을 집중하여 수양하면 비록 아주 작은 터득이더라도 그 작은 것 하나가 사물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짤막한 경구로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어떤 일의 핵심을 찌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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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구나무에 짓눌려 기죽을 못 펴고  있는 그 옆의 라일락도 좀 배려해줘야 할 것 같았다. 자기 영역을 지키고 확장하려는 욕심은 나무가 사람보다 더 인정사정없다는 건 이 조그만 마당을 가꾸면서 알게 되었다.

.........살구꽃도 벚꽃도 매화도 우리 눈엔 어느 날 갑자기 활짝 피어나는 것 같지만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구나. 꽃망울잉 얼어죽지도 말라죽지도 않게 보호하고 견디어내야 하는 겨울은 나무들에게 얼마나 혹독할까.숙연해지는 한편 내년에도 살구꽃을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칠십 고개를 넘고 나서는 오늘 밤 잠들었다가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아도 여한이 없도록 그저 오늘 하루를 미련 없이 살자고 다짐해왔는데 그게 아닌가.내년 봄의  기쁨을 꿈꾸다니......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는 기능이 남아 있는 한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로구나.-34-

 

-꽃 출석부 -36-

복수초;

제비꽃;

상사초;

노루귀;

돌나물꽃;

 

 

- 대대로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그래도 남자들은 입신양명의 꿈을 못 버렸던지, 혹은 학문이 좋았던지,주경야독을 사람 사는 도리의 기본으로 삼았고, 여자들은 요새 여자들 핸드백처럼 늘 호미가 든 종댕이를 옆구리에 차고 다니면서 김매고,밭매고 하였다. -51-

 

- .........-263-끝.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