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28읽음
-늙어 보인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고,누가 나를 젊게 봐준 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은 평범한 늙은지지만 글에서만은 나잇값을 떳떳하게 하고 싶다. 2010 여름 박완서 -6-
-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25-
- 마치 집 없는 거지가 남의 집 불타는 걸 고소하게 구경하면서 제 자식들에게 "너희들은 집이 없어 불날 걱정 안 해도 좋으니 얼마난 좋으냐, 다 애비 덕인 줄 알아라" 했다는 옛날이야기 속의 거지아범처럼 말이다. -27-
- 이 세상에 섬길 어른이 없어졌다는 건 이승에서의 가장 처량한 나이다. 만추晩秋처럼,돌아갈 고향이 없는 쓸쓸함,내 정수리를 지그시 눌러줄 웃어른이 없다는 허전함 때문이었을가. 예년에는 한 번 가던 추석 성묘를 올해는 두 번 다녀왔다. -28-
- 휴일에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어린 꽃 구경군들이 꽃밭 사잇길을 희희날락 뛰노는 걸 보면 화초가 더 예쁜지 인人화초가 더 예쁜지 분간이 잘 안 된다. -47-
- 일본과 우리의 사람 부리는 요령,용인술의 차이가 아닐까. 사실 한 사람이 가진 모든 능력을 이용해 최대의 이익을 취하고 있는 건 우리 보다는 그쪽이 더하건만 그쪽은 자존심을 최대한 살려가며 일을 하고 있엇다. 그 점이 고용과 착취의 차이가 아닐까.
홋카이도, 오타루는 예쁜 크리스털 가게들이 즐비한 편안하고 걷기 좋은 소도시였다. -116-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는 일본 사람의 전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언어의 변방을 훌쩍 뛰어넘은 세계인이라고 보아야 마땅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본을 여행할 때마다 다 감탄하게 되는 그들이 친절,일본을 여행하고 온 사람 누구나 말하는 편안함, 대하는 사람뿐 아니라 제도상의 갖가지 친절한 배려를 하루키를 읽은 밤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건 우리 할아버지의 편견처럼 결코 아부에 능하고 속과 겉이 다른 섬나라 근성이 아니라 지독한 자부심과 도저한 우월감의 소산이 아닐까.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엇다.
그들의 친절이 우월감의 소산이라면 우리의 불친절은 열등감의 소산일지도 모르겠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127-
- 바쁜 사람의 휴식을 흔히 충전한다고 말한다. 휴식은 어디까지나 일을 위해 있다는 소리이다. 그러나 요즘의 나를 바라볼 때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안의 달콤한 충족감을 즐기기 위해 일을 하는 것 같다. 일로 충전을 안 하면 휴식은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밖에 안 될 테니까.
생활을 단순화해서 주변의 빈자리를 많이 확보하고 싶은 공간욕도 그런 정신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49-
- 우리 엄마도 뒤주에 쌀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반평생을 보냈고 자식들이 밥 먹고 살만해진 후에도 자식들에 대한 안부는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났다. "밥은 잘 먹는 게야? 얼굴이 왜 그모양이야.감기가 들었다고? 억지로라도 밥을 챙겨 먹어야 한다. 예로부터 감기는 밥상 밑으로 도망친다고 했어. 뭐니뭐니해도 우리 엄마의 밥 타령의 압권은 내 신랑감을 처음 보고 하신 말씀, "제 식구 밥은 안 굶기게 생겼더라" 가 아닐까.-195-
- 김연수의 장편 [밤은 노래한다] 는 1932년 동만주에서 벌어진 소위 민생단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이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실록처럼 읽힌다. 역사의 어둠 속에 묻힌 진실을 찾아 거기 빛을 들이댄 작가의 꼼꼼한 취재와 용기와 열정 때문일 것이다. -203-
- 정민의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을 읽으면서는 이 저자야말로 그 시대를 제멋대로 살다 간 기인 괴짜들에게 미쳐서 국내외,멀고 가까운 데를 가리지 않고 발로 쫓아다니면서 시간의 먼지 속에 묻힌 그들의
자취를 찾아내서 온전히 복원해 마침내 이 한 권의 책에 이르렀구나, 하며 그의 광기 어린 열정에 공감하게 되었다.-205-
-정조시대의 문예부흥기가 순조롭게 좋은 정치를 만나 근대화를 이룩하면서 주권을 유지해 왔더라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도 안 겪었을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앗으면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일 따위가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아,분단만 없었더라면 지금즘 우리는 얼마나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인가. 거거에다가 만약을 붙여 가정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짓은 없는 줄 아나 이 돈만 아는 세상을 살기가 하도 편치 못하여 해보는 소리이다. -207-
- 붉은색은 떠오르는 태양도,젊은 피도,노을도,장미도,봉숭아도 취할 수 있는 순수하고 진한 원색일 뿐이라는,태곳적부터 있어온 사실이 왜 그렇게 놀랍고 신선했던지, 그럴 수밖에 잆었던,우리 세대만의 붉은색과의 악연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북조선에서 반동분자로 지목되는 게 치명적이었던 ㅊ 것처럼 이 땅에서는 빨갱이로 몰ㄹ리는 게 가장 가혹한 따돌림이었다. 빨간 빛갈이 연상시키는 건 떠오르는 태양도,젊은 피도,노을도,장미도,봉숭아도 아니고 특정 이념이었다.
........그렇게 수단껏 비굴하게 살아남은 후엔 행여 빨갱이로 몰릴까 봐 먼저 남을 빨갱이로 몰아 선수를 치기도 하고,미운 놈이나 정적을 파멸시키기 위해 빨간 빛깔을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붉은 악마들은 우리 세대의 이런 고질적이고도 황당한 빨간 빛깔과의 악연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그들은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아무런 선입관도 없이 곧이곧대로 빨간 빛깔을 다만 아름답고 정열적이고 눈에 잘 띄는 빛깔로 느꼈고 그 색채효과를 충분히 활용해 역동적인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일체감을 뜨겁게 달구고,기쁨을 만끽했다. -167~168-
-............-267-끝.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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