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823읽음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독.다작.다상량多商量, 즉 많이 읽고,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이 세 마디의 가르침은 10세기 중국 북송 때의 문인 '구양수'가 말했다.
자그마치 천 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12-
- 좋은 문장은 읽기에서 나온다. 허목은 "글을 짓는다는 것은 본래 다른 길이 있지 않고, 찾아보고 스스로 익숙하게 익혀 밖으로 표현한 것" 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같이 책을 읽으며 옛사람의 글을 외우고 읊어야 나중에 자신만의 말과 글이 드러난다" 고 하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도 "문장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잔재주가 아니라 오랜 세월 노력이 쌓여야 한다" 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13-
- 시인이란, 우주가 불러주는 노래를 받아쓰는 사람이다.
언제,어디서든 메모지와 펜을 챙기고 받아쓸 준비를 하라.
영감은 받아 적어 두지 않으면 아침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예 메모지와 펜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 -36-
- 나는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필사했다.
그런 필사의 시간이 없었다면 내게 백석은 그저 하고 많은 시인 중의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그가 내게 왔을 때, 나는 그의 시를 필사하면서 그를 붙잡았다. 그건 짝사랑이었지만 행복했다. 나는 그의 숨소리를 들었고,옷깃을 만졌으며, 맹세햇고, 또 질투했다. 사랑하면 상대를 닮고 싶어지는 법이다.
필사는 참 좋은 자기학습법이다. 어쩌다 눈에 번쩍 띄는 시를 한 편 만났을 때, 짝사랑하고 싶은 시인이 생겼을 때, 당신은 꼭 필사하는 일을 주저하지 마라. 그러면 시집이라는 그 의 알 속에 갇혀있던 바로 그 시가 날개를 달고 당신의 가슴 속으로 날아올 것이다. -65~66-
-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많이 걸을 것을 주문한다. 한적한 오솔길이나 들길이 아니더라도 좋다. 재바르게 걷지 말고 '따복따복' 걸어라. 모든 길은 세상과 대화를 나눌 수 잇는 훌륭한 통로다. -86-
- 유협의 [문심조룡]에서 그는 "경서의 우아한 어휘를 공부하여 언어를 풍부하게 한다면 이는 광산에 가서 구리를 주조하고, 바닷물을 쪄서 소금을 만드는것과 같다" 고 했다. 모방을 배우는 것, 그게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시인과 이론가들은 전고典故의 활용 여부가 창작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다. -167-
- [주역] 에서는 "궁하면 변화하게 되고, 변화하면 통하게 되며,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 고 했다. 우리의 연암 박지원도 소위 '법고法古' 한다는 사람은 옛 자취에만 억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게 병이고, '창신創新' 한다는 사람은 정상적인 법도에서 벗어나는 게 걱정이라면서 '법고' 하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창신' 하면서도 얼마든지 소담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169-
- 남의 옷을 입고 자신의 옷이라고 우기고 싶지 않다면 당신은 모방할 줄 알아야 한다.
하늘에서 시적 영감이 번개 치듯 심장으로 날아오기를 기다리지 마라. 그보다는 차라리 흠모하는 시인의 시를 한 줄이라도 더 읽어라.
시험을 대비하는 공부도 하지 않고 '나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잇다' 고 호언장담하지 마라. 남의 것을 훔쳐보는 행위는 부도덕한 짓이지만 훔쳐볼 생각도 하지 않고 답안지 쓰기를 포기한 사람은 바보다. 당신은 모방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지 마라.
모방을 배우면서 모방을 괴로워하라. 모방을 괴로워할 줄 아는 창조가가 되라. 모방의 단물 쓴물까지 다 빨아들인 뒤에, 자신의 목소리를 가까스로 낼 수 잇을 때, 그때 가서 모방의 괴로움을 벗어던지고 즐거운 창조자가 되라. 모든 앞선 문장과 모든 스승과 모든 선배는 당신이 밟고 가라고 저만큼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당신은 그들을 징검돌 삼아 그들을 밟고 뚜벅뚜벅 걸어가라-173-
- [장자] 에서 기성자라는 사람이 임금을 위해서 싸움닭을 기르는
이야기는 미혹에 빠지지 말고 필요 없는 기운을 버려야 진정한 자유에 이르게 실현된다는 말이다. 그렇게 정신을 한곳으로 모으면 외부의 어떠한 간섭에도 흔들이지 않는 창조적 세계가 펼쳐질 수 잇다. -190-
- 퇴고堆敲 ; 문을 밀까, 두드릴까
당대의 시인 '가도' 의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가도' 가 노새를 타고 가면서 '퇴'로 할지,'고'로 할지 골똘하게 생각에 빠져 그만 길을 지나던 고관의 행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고관 앞에 끌려간 가도는 글자 한 자를 결정하지 못해 실수를 범했노라고 아뢰엇다. 그 고관은 당시의 최고 문장가 '한유' 였다. 한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퇴보다는 고가 낫겠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그때부터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되었고, 그 이후 글을 수정할 때 '퇴고' 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220-
- 처음에 떠오른 '시상' 혹은 '영감' 이라는 것은 식물로 치면 씨앗에 불과하다. 그 씨앗을 땅에 심고 물을 주면서 싹이 트기를 기다리는 일, 햇볕이 잘들게 하고 거름을 주는 일, 가지가 쑥쑥 자라게 하고 푸른 잎사귀를 무성하게 매달게 하는 일, 그 다음에 열매를 맺게 하는 일.... 그 모두를 '퇴고' 라고 생각하라. -222-
- 절망하여 글을 쓴 뒤에 희망을 가지고 고친다고 한 이는 소설가 한승원이다.
[혼불] 의 작가 최명희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 고 말했다 바로 고심참담과 전전긍긍의 문법이다. 시를 고치는 일은 옷감에 바느질을 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고치되, 그 바느질 자국이 도드라지지 않게 하라. 꿰맨 자국이 보이지 않는
천의무봉의 시는 퇴고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라. -225-
- '신작시'를 위한 메모파일을 만들어라 ;
나는 시시때때로 메모하여 컴퓨터 속에 옭겨 둔다.
나는 우선 파일을 열어 메모를 일별한다. 아직 잠에서 깰 생각을 하지 않고 잇는 메모가 있는가 하면, 자신을 선택해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메도도 잇다.
컴퓨터 속 메모와 나와의 관계는 '줄탁동기' 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시의 꼴을 갖추기 시작한다.
*줄탁동기 ;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게 되는데, 이것을 '줄' 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탁' 이라 한다. 그런데 이 '줄탁' 은 어느 한쪽의 힘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야만 병아리가 온전히 하나의 생명체로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잇다. 만약에 껍질 안의 병아리가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바깥 어미 닭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짖지 않는다면 병아리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 껍질을 경계로 두 존재의 힘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이 비유를 불가에서는 참다운 사제지간의 관계를 말할 때 곧잘 인용하곤 한다. -231-
- 다음의 시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결된 실을 본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 상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 -김종삼, [장편掌篇2] 전문-
일제 때 10전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밥 한 상에 10전이라니 그리 많지는 않은 액수였을 것이다. 분명 구걸로 얻게 되었을 10전자리 두 개를 부모의 생일 밥값으로 당당하게,그러나 가련하게 내미는
어린 소녀의 손목이 보일 듯하다. 그 눈망울도 보일 듯하다. 이렇게 서럽도록 아름다운 시를 읽다가 보면 사랑이니 효도니 인정이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낡고 뻔뻔한 소리인지 깨닫게 된다. "특이하지도 않고 기이하지도 않으면서 문채를 벗어 떨치고, 그것이 오묘하다는 것만을 느낄 뿐
그 오묘하게 되는 까닭을 알 수 없는 것을 자연스러움이 높은 경지"
라고 하는 것이다. -250-
-.....................-276-끝.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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