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醬맛] -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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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醬) 맛 - 박목월(1916~1978)
어둑한 얼굴로
어른들은 일만 하고
시무룩한 얼굴로
어린 것들은 자라지만
종일 햇볕 바른 양지쪽에
장독대만 환했다.
진정 즐거울 것도 없는
구질구질한 살림
진정 고무신짝을 끌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어린 것들은
보내지만
종일 장독대에는
햇볕만 환했다.
누구는 재미가 나서 사는 건가
누구는 낙(樂)을 바라고 사는 건가
살다 보니 사는 거지
그렁저렁 사는 거지.
그런 대로 해마다 장맛은
꿀보다 달다.
누가 알 건데,
그렁저렁 사는 대로 살맛도 씀씀하고
그렁저렁 사는 대로 아이들도 쓸모 있고
종일 햇볕 바른 장독대에
장맛은 꿀보다 달다.
"그런대로 해마다 장맛은
꿀보다 달다.
누가 알 건데,
그렁저렁 사는 대로 살맛도 씀씀하고
그렁저렁 사는 대로 아이들도 쓸모있고
종일 햇볕 바른 장독대에
장맛은 꿀보다 달다. "
**우리의 삶도 숙성되고, 단맛이 깊이 배어나와야 인생의 맛이 난다.
어제가 그제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삶!
이 무미한 삶을 시인은 소박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누구는 재미가 나서 사는 건가/누구는 낙을 바라고 사는 건가”하는 구절에서 울컥해진다. 주색(酒色)을 탐하는 생활은 덧없고, 깨고 나면 그 흥취는 쓰디쓰다.
대개 장삼이사들은 부귀와 빈천의 불평등도 없고, 국가의 흥망에도 흔들림이 없는 평탄하고 무미한 삶을 산다.
욕심을 비우고 “그렁저렁 사는 거지”. 욕심을 비우니 어떤 악도 범접하지 못한다.
큰 즐거움이나 보람이 없기에 어둑한 어른들과 시무룩한 아이들뿐이다. 그나마 보람이 아주 없지는 않다.
쑥쑥 잘 자라는 아이들, 무병(無病)한 채 나이가 드는 어르신네들, 장독대에 무료로 쏟아지는 환한 햇볕들! 이게 무미함의 은덕들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가을볕이 좋으니 해마다 장맛은 혀에 달다. 반면에 살맛은 씀씀하다. 달디 단 장맛과 씀씀한 살맛은 극적인 대조 속에서 균형을 이룬다. 이 균형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우리 살림은 안락하다. 남은 반생은 이런 마을에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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