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10.죽도록 책만 읽는 - 이권우 지음

최해식 2014. 12. 16. 05:37

- 도서평론가라 나부대며 설레발친 지도 십년 가까이 되엇습니다. 길이 잇어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일이라 걸었을 뿐 입니다. 앞을 볼 적마다 닫힌 문이 가로막고 있었는데도 걸었습니다. 열려 있어 걸은 것은 아닙니다. 걸어가니, 열렸습니다. 안 열리면 돌아서 걸어갓습니다. 한참 가고 나면 문은 또 열렸습니다. 참으로, 가고 나니 길이 생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6-

 

 

- [소설 사마천 ] - 커원후이 著

그 무엇보다 백이.숙제편에서  사마천이 내뱉은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백이와 숙제처럼 덕을 쌓고 행실이 고결한 사람이 굶어 죽었다.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은 궁핍하여 지게미나 쌀겨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다 요절하고 말았다. 이에 반해 도척은 잔인한 짓을 도맡아 하며 세상을 어지럽혔으나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으니, 사마천은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말, 하늘으  뜻이란 사사로움이 없고 착한 이들의 편인가?" 라고.  사마천의 정직한 현실인식을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다. (......) 

작가는 무제를 일러 영민한 군주와 폭군의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평가한다. 영민하다 보니, "그대는 오직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사서를 완성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전대미문의 본보기르 남기는 것이 어떤가" 라고 말할 줄 안다.  폭군이다보니, 삼마천에게 궁형이라는 형벌을 내리는 데다, "사마천의 글이 훌륭한 까닭은 짐이 그를 학대했기 때문 " 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수 있다. (......)   권력의 변덕에 명줄을 맡길 수밖에 없느 산마천에게는 그래서 처신이 중요하다. 아버지 사마담이 이를 강조했으니, 아무리 사관이 "죽통 위에 붓을 든 작은 황제 "  라 해도 자신의 재능을 뽐내면 안 되는 법이다. 외려, "황제에게 사관의 존재를 잊돌록  한 후 조용히 글을 써야만 믿을 만한 역사를 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를 피할 수 " 있다. -23~24-

 

 

- [걷기의 철학 ] - 크리스토프 라무르 著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 에 고른 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  

"걷기와 생각하기는 밀접하게 연관된 두 행위이다. 둘 다 몸과 정신을 동시에 이용하고 정상을 목표로 삼으며, 노력을 필요로 하고, 마지막으로는 늘 이러한 고생을 100배 이상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자주 걸어본 이들이 익히 깨달을 만한 말이다.

운동을 위해 빨리 걷는 것은 진정한 걷기가 아니다. 설혹,도움이 되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서 늘 하는 것이 걷기다. 그러기에 걷기는 느림과 동의어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156-

 

 

- [플라톤 향연] - 조안 스파르 著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대체로 고전을 읽고 나서 하는 감탄과 후회의 소리다. 그럼에도 나이 들어 그 고전으 ㄹ읽어 보고는 무진장  감동받아 뒤늦게 좀더 일찍 읽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한다.

플라톤의 [향연]은 비극대회에서 상받은 아가톤이 연 뒤풀이 자리에서 오고간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고전을 읽은 자와 읽지 않은 자는 이렇게 확연히 갈라진다. 읽은 자는 문화의 생산자의 대열에 서  잇지만, 읽지 않은 자는 소비자의 부류에 들어가 있게 된다. (........)

'에로스'의 본질은 아름다움 속에서 생산하고 분만하는 것에 대한 사랑" 이다. 그렇다면 ,왜 생산을 하는 것일까. "생산을 통해서만 영원불멸할 수 잇기 때문" 이란다. 이를 다시 정리하자면, 불멸을 꿈꾸는 자가 사랑을 하는 것이란다.  이 "불멸을 성취하는 방법" 은 두 가지다.   후세를  낳는 것이 그 하나요, 넓은 의미의 예술에  종사하는 것이 다른 하나다. 가만히 보면, 이 역시 우리가 널리 들어오던 바 아니던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는 참으로 많다. 그런데 [향연]을 읽다보면,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사실은 고전을 주춧돌로 삼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사유를 밑바탕으로 자신의 논리의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사유력과 논리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망설일 필요 없이 고전을 읽어보면 되리라.

무엇부터? 이런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그야 당연히 뒤풀이 자리에서 벌어진 말의 성찬을 기록한 [향연]이 아니겠는가.-164~168-

 

 

 

- [일본 근대의 풍경] - 유모토 고이치 著

   [한국 근대사의 풍경] - 노형석 著

도쿄가 상징하는 근대성은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것이 아니었다. 단지 서구 근대라는 이데아를 복제했을 뿐이다. 그렇다면,서울의 그것은 도쿄의 것을 복제한 것이니, 복제의 복제, 즉 시뮬라르크가 되고 만다. (.....)  "근대의  초석이 놓인 메이지 시대를 원점으로 하여 일본의 근대화=문명화=서구화 과정이 낳은 풍경을 일목 요연하게 " 보여준다. 이 책에서 반복되는 구문이 있으니, "해외에 나가....... 이라는 것을 견문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 는 것이다.  일본 근대의 뿌리가 서구에 두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180-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 래리 고닉 著

"부처가 식중독으로 죽었다" 는 ,  종교용어로 표현하자면 열반했다는 말은,  이 책 덕에 처음 알게 되었다. -187-

 

 

- [공자와 맹자에게 직접 배운다] - 린타캉 著

세월의 담금질을 겪으면 겪을수록 그 정신의 순도가 높아지는 것을 일러 고전이라 한다. 앎과 지혜의 고갱이가 가득 쌓인 곳간인 셈이다. 그러나 이 곳간은 좀처럼 자신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지적 호기심이나 의무감만으로 고전을 읽으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한다. 그 정도로는 권위와 명성, 그리고 오해의 더께가 잔뜩 끼인 고전의 빗장을 열어젖힐 수 없다.

나는 고전의 문을 여는 열쇠는 치열한 문제의식이라고 여겨왔다.  그 타개책을 찾기 위해서는  '질문만들기' 가 필요하다. -204-

 

- [삼국지] - 고우영 만화 著

고우영의 [삼국지]를 주변사람들에게 권한다. 이유는, 꽤 역설적인데, 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삼국지]를 읽어야 하는가에 무척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살이가 전쟁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느 데, 굳이 권모와  술수가 넘쳐나고 살육과 탐욕으로 점철된 책을 필독서인양 여겨야 하겠는다. 더욱이 이 책을 ㅇ청소년들이 읽어보기를 권하는 사회분위기에 나는 강한 저항감을 느낀느 편이다. (....)   그래서 (자율적으론느 ) 안 읽어도 되는데(타율에 따라) 굳이 읽어야 한다면,시간 아깝게 (열 권이나 되지 않더냐) 소설로 보지 말고,고우영의 만화책으로 읽으라고 한다. 더 재미있고 더 풍자적이고 더 신나고 (같은 열 권짜리더라도) 더 빨리 읽힌다는 말도 꼭 덧붙인다.  -306-

 

*** 서평집이라 그만 읽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