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11.천년사찰,천년 숲길 - 여태동 글,사진

최해식 2014. 12. 16. 05:37

- [강진 백련사]

차가운 바람에도 꽃망울을 터트리는 열정,봄의 전령사보다 더 이른 시간에 주체할 수 없는 뜨거움을 온몸으로 토해냔다. 아름다움은 사사사철 마음속에서도 시들지 않느다. 그 어떤 잎보다 푸를고, 어떤 꽃보다 붉은 동백꽃은 한없는 정열을 머금고 있다. (........)    봄비 소리가 온  대지에 가득하더니 이내 반사되어 내 귀에 들어온다. 후두두둑........., 달리는 도로의 공기마저도 콧바람을 일으킨다. 애써 동백 숲을 만나기 위해 나선 길은 호사스럽기조차 하다.

길을 찾아 나서는 일은 참 즐겁다. 인류가 생겨날 때부터 함께 만들어졌을 길, 사람의 냄새를 쫓아가는 그 자체다. 수많은 길이 만들어졌다. 길의 역사와 인간의역사는 운명을 같이한다. 가 모지 않은 길을 처음 걷는 자의 비장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잇을까? 길이 감추고 있는 무한변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길을 맨 처음 갓고, 그 흔적을 보고  다음 사람이 길을 갔다. 세 번째 사람도 가고, 네 번째 사람도 갔다. 그래서 처음 길 아닌 길이 되었다. 아주 위험하고 주관적이었던 길이 객관덕이고 보편타당한 길이 되었다.-12~13-

 

 

-동백나무 숲에서 다산초당 가는 산책길에는 야생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혜장스님과 다산 정약용은 서로 유학과 불교를 알아가며 아름다운 차 인연을 맺었다. 백련사 옆 다산초당에 기거했던 다산은 백련사에 자주 들러 차를 마시며 마음늬  평안을 얻었다. -18-

 

 

-운치와 정취가 묻어나는 길은 대웅전 옆으로 나 있는 동백숲길이다. 이곳에서 시직해 백련숲길을 거쳐 다산초당에 이르는 2km 는 동백나무와 참나무류,차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잇다. 거대한 숲은 낮에도 어스름하게 그늘이 드리워진다.

숲길 주변에는 1801년 강진으로 유배 온 정약용 선생이 1808년까지 머물면서 [목민심서] 등을 빕필한 다산초당(사적 제107호) 이 있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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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송광사]

나른한 봄날 만물이 소릴르 내며 움트기 시작한다. 우훋 죽순이라 했던가. 봄비가 내린 후 송광사에서는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이 '툭툭' 소리를 내며 새순을 내민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지만 언제나 같지 않은 봄이다. 올해 맞이하는 봄은 지난해의 봄이 아니다. 새로운 봄이다.  -24-

 

 

-송광(松廣) 은 18명의 큰스님들이 나와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 '절' 이라는 뜻이다. -29-

 

 

- [구례 구충암]

겨울은 춥다. 손발을 얼게 하고 마음까지 스산하게  만든다. 하지만 겨울은 그냥 겨울이 아니었다. 봄을 준비하기 위한 기다림을 잉태하고 잇다. 아무리 세상이 얼어붙을지라도 마냥 겨울은 아닌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 정중앙에서도 겨울은 겨울이 아님을 설파하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증명하며 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겨울의 각질은 여리디 여린 봄에게 그 자리를 내준다. 이것이 엄연한 자연의 법칙이다.-36-

 

 

-구충암은 화엄사의 부속 암자다.

화엄사  일주문을 지나 사찰 입구 계단에 다다라서는 거대한 '원석'을 확인해야 한다.  화엄사는 대웅전보다 좌측에 위치한 '각황전'이 더욱 볼거리다.  각황전 뒤편 계다능ㄹ 오라 '4사자삼층석탑'을 둘러보시라.  이어 대웅전 뒷로 500여 미터를 올라오면 대숲 속에 숨어 있는듯한 '구충암' 을 만날 수 잇다.  구충암 을 충분히 거닐었다면 내려가는 우측에 '선등선원' 이 있다. 이곳은 '지리산의 여의주' 라 불리는 '화엄사' 에서도 '가장 기운이 좋다' 는 선원을 걸어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잇다. -46-

 

 

- 양주 석굴암]

봄기운은 바람에서부터 감지된다. 겨우내 불어 오던 칼바람이 조금씩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절기를 이기지 못하는 자연은 춘삼월 봄바람이 불 때가 되면 맹위를 떨치던 찬바람을 거두어들인다.

'너는 이제 너의 역할을 다 하였느리라! '

암묵적 동의를 한 겨울바람은 어디론가 휑하니 사라진다.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없이. 하지만 그 바람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혹한이 찾아오는 시기에 어김없이 돌아온다. (..........)

새소리 사이에 잦아드는 훈훈한 봄바람은 달콤하다. 살갗에 부닥치는 촉감마저도 보드랍다. -48~50-

 

 

 

 

 

- [동해 삼화사 ]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진 존재, 그래서 이 세상 구석구석 어디든지 다 살피는 자비스런 존재라고 하는 관세음보살님 의 가피加被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베푸는 자비심 을 말한다. ) 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은 동해 삼화사의 삼림욕길을 지나 두타산 우측 능선에 자리한  '관음암' 과 남해 보리암, 여수 항일암,양양 낙산사의  '홍련암, 강화 보문사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사찰들이 있다.

화창한 날씨만큼 만개한 4월 중순의 봄꽃이 마음을 움직인다. 봄꽃향을 따라 훌쩍 떠나온 곳은 동해바다이다. 꽃향기와 구별되는 조금은 비릿하면서 짭조름한 냄샐르 맡는 순간 어느새 일상은 기억 저편으로 물러난다, 봄 내음과 바다 향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곳에 또 하나의 숲길인 있다. 도회지 생활에서 느껴 보지 못하는 신선함이 가득한 길이다. (.....)  직접 맛보지 않고 음식의 맛을 모르듯 천년 산사와 숲길은 직접 가보지 않고서느 느낄 수 없다. 삼화사 입구에서 산내 암자인 관음암까지 걷는다. 걷는 시간은 한 시간이 족히 걸린다. 

삼화사 입구는 봄꽃 천지다. 갓 틀어낸 솜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산벚꽃이 절정을 이룰고 잇다. 눈부시게 찬란한 그 광경에 가슴이 저릴정도다 .  봄이 어느새 절정에 달해 있었다. (.....)  찬란한 이 봄날에 누가 잘 나면 얼마나 잘 났고, 못 나면 얼마나 못 났을까? 이름 있으면 있는 대로 이름 붙여지지 않았으면 또 그 나름대로 살아있음에 자신의 존재를 봄볕에 드러내고 있거늘 . 그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세계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났다고 하더라도 이 화창한 날에 도심의 사무실에서 서류  뭉치를 부여잡고 업무에 몰두하는 이라면 사춘기 소녀의 가슴처럼 들뜬 봄의 기운을 알 리가 없다. 공평하게 준비한 자연의 선물를  받을 수가 없다. 그저  훌쩍 떠나온 자들 가운데 이 무릉게곡에 발길을 둔 인연 있는 자들만이 흐드러진 봄기운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는 것 아니겠느가.

아무리 바쁘게 살더라도 계절의 가고 옴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언제든 이 세상에  안녕을 고하는 순간 혹여라도 "당신은 무에 그리 바쁘게 살았나? " 는 질문을 받는 다면 무슨 대답을 할 것인가? -61~64-

 

 

- [인제 봉정암]

'봄볕은 며느리를 주고 가을볕은 딸을 준다' 고 했던가? 부서지는 봄 햇살이 따갑고 눈부시다. (.....)  가끔씩 이렇게 생각을 텅텅 비워버리는 것도 삶을 재충전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언제나 채우는 삶이 아닌 아무것도 남기기 않는 텅 비움. 그 곳에 오묘한 기쁨이 있다. (....,.)  내설악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매 년 같은 코스를 가지만 같은 산이 아니다. 매 순간 변하여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인간은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왔던 산길을 또다시 갓다 왔다고 한다. 조금만 눈여겨보면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 흙 한 줌도 과거의 그것들이 아닌데도 말이다. 인간의 무관심 속에서도 바람이 지나가고, 물길이 지나간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가?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단 말인가? 같아 보이지만 같지 않다. 같다면 그건 착각일 따름이다. 시간의 흐름에 묻혀 생각이 변하고 사고가 변하고 보이는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76~78-

 

-곧 죽을 목숨인지도 모를고 허우적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느 인간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한 치 앞을 모를고 달려드는 무모함이 두렵기도 하다. 산을 오르다 보니 문득 火宅에서버둥거리는 삶의 모습들이 처연하게 느껴진다. (......)  새벽에 눈이 번쩍 떠졌다. 사위가 어스름하다. 아직 어둑어둑하고 새벽종송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날이 밝자면 한참의 시간이 걸릴 듯했다. 주변이 밝아 올 때까지 한참을 더 기다려 본다.

무언가를 위해 기다린다는 게 무척 무료하고 조바심이 날 때도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인생은 충분히 짧은데 인간들은 모든 일에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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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표충사]

우리가 살아가는 세월은 너무도  짧다. 하루살이가 하룻만에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염민의 정을 느끼듯    우주의 거대한 시간 안에서 보면 우리는  눈 낌짝할 사이인 찰나에 살고  찰나에 죽는 개체일 뿐이다.

삶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살아야 하리라. 1초의 시간도 아껴 쓰고, 내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서 행해야 한다.(.....)

세상이 불완전하고 생로병사와 갖가지 고통이 있음을 항상 인지하고 산다면 함부로 살 수 있을까? 무상한 것을 무상하다고 바르게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무심히 흘러가느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부처님도  "모든 것은 덧없이 변하니,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 고  마지막 유언을 남기지 않았던가? -123~125- 

 

 

- [양산 통도사]

통도사의 '통도 8경' 은 매표소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무풍한송,일출시 안양암에서  큰절 쪽으로 바라보는 경관인 안양동대 비로암, 서북쪽의 폭포 낙수 소리인 비로폭포,자장암 계곡으 풍광인 자장동천, 영축산으 풍광을 담은 극락암 연못인 극락영지, 백운암의 큰 북소리인 백운명고,영축산성에서 바라본 노을인 단성낙조,   취운암으로부터 들리는 저녁 종송인 취운모종, 어느 경치도 우월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137-

 

- [부산 범어사 ]

범어사 일주문 아래 옆길로 난 등나무 군락지는 범어사를 대표하는 숲이다. 2005년에 '관찰로' 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혼자 걷는 길은 고독하다,입은 굳게 다물어진 대신 평소보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유영한다. 그냥 침묵이 아니다. 잡다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느라 바쁘다. 침묵은 영혼을 걸러내어 맑게 해 주는  거름망 역할을 한다.

침묵은 또 무슨 일이든 곱씹어 생각하게 하고, 더 나은 길로 안내하깅도 한다. 옛말에 행동에 옮길  때는  몇 번이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헤 보라고 하지 않았는가 ? 좋은 방법이 혼자 호젓하게 걷는 것이다. 베트남 출신 고승인 '틱나한' 스님의 수행법인 行禪이 바로 걷는 수행이다.  자신을 조용히 관조하면서 한발 한발 걸어보는 수행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원천이다. (....)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내 안에  깃들어 있는 깨끗하고 맑은 심성을 드러내는 수행이 세상을 비꿀 수도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자신의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나아가 세상으 평화에 일조할 수 잇다면 그 무엇이라 이름 지어도 무방하겠다. 범어사  숲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숲이 방문객에게 전하는 지헤가 아닌가 싶다.(.....)  왕성한 번식력에도 불구하고 경내를 침범하지 않는 등나무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범어사의 영물들이 인간세상의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146~ 149-

 

- [원주 구룡사]

치악산 구룡계곡에  이르면 구룡사 이정표가 반긴다. 입구에 늘어서 있는 울울창창(鬱鬱蒼蒼) 한 소나무 숲이 방문객의 호흡을  가뿐하게 마든다.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리라.  곧바로 이어지는 계곡에는 가을 가뭄철임에도 불구하고 물 흐러가는 소리가 우렁차다. 상쾌한 공기와 물소리를 듣은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  익기척에 밤톨이 뚝뚝 떨어지자 알밤을 주우려는 다람쥐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숲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일주문을  넘는 길목에는 거대한 상수리나무가 우산이 되어 그늘을  만들어 준다. 다시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는가 싶다가 평탄한 곳에 부도밭이 나온다.  천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가람을 수호하다  적멸에 들었을 수많은 고승들의 흔적이 돌에 고스란히 새겨져 잇다. 그 은은한 가르침이 돌이끼가 되어 천 년의 세월을 관통하고 있다. -183-

 

-깊어 가는 가을 마음이 적적한가? 그렇다면 원주 구룡사로 가 보시라. 진한 가을빛에 빛나는 단풍과 숲향도 일품이고 거기에 더해 관새음보살님이 내려주는 행복 메시지로 마음의 위안도 받을 수 있으리니. -191-

 

 

- [강화 전등사]

가을 햇볕은 평화롭고,곱게 물든 단풍은 그림같기만 하다. 먼 곳에서 바라보니 마치 휜 화선지 에 색색의 물감을 번지게 한 듯 고색창연하다.  자연이 그리는 작품은 유명 화가의 대작보다 감흥이 깊다. -194-

 

-슬픈 역사건, 기쁜 역사건 시간 속에 망각되지 않는 건 없다. 세상의 무상함 속에 건물은 지어지고 불타고 부서지고, 사람들도 생멸을 반복했다 전각 댓돌 옆 화단의 화초는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피고 진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초라하게 피고 진다. 때가 되어 피고 진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씨앗은 겨울의 인고를 견디어 내고,  봄의 가뭄을 이겨 내고,여름의 장마도 이겨 내야 가을에 나름대로의 꽃을 피운다.

작으면 작은 대로,크면 큰 대로 나타나는 아름다음은 '화엄의 세계'다. 세상의 생물은 다양성을 위해 해마다 열심히 생명활동을 한다. 활발한 삶의 모습이다. 거기에느 거짓이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진정성이 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살펴보아도 열심히 제 몫을 살지 않은 자연은 없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다가 지는 가을의 모습도 아름다운가 보다.

시시때때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순간순간이 다 새롭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는 그래서 행복한 것 아니겠는가? -201-

 

**  뒷편 겨울길은  않 읽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