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45 / 한강3-조정래 지음

최해식 2017. 10. 9. 20:25

-계절이  변해가는 기미는 들녘의 벼들보다 과일나무 열매들이 먼저 알아차렸다.  삼복의 뙤약볕 더위 속에서 맘껏 살이 오르며 초록색이 너무 겨워 검은 기까지 감돌았던  온갖 열매들이 아침저녁 선들거리는 실바람을  타고 가을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만년 진초록으로 팽팽하기만 할 것 같았던 가지가지 열매들에 엷고 맑은 갈빛이 신비스럽게 번져나고 있는 자연의 마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러 가지 열매들 중에서 가을빛을 가장 민감하게 빨리 드러내는 것이 유자였다.

.......그래서 '유자는 얽었어도 선비 손에 놀고, 탱자는 잘생겨도 거지 손에 논다'  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15-


-"맞아,세상 물정 모르는 촌놈들이 괜히 촌스럽게 구는 거야.  다 지나가 버린 것 따져서 뭘 해."

"그럼,그럼. 제놈들이 그 시절에 살았으면 별수 있었을 것 같애? 막말로 그 시절에 친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줄 알아?  무식하고 못나면 친일도 못했다구."  -216-


-낭자한 선혈처럼 동백꽃들이 피고, 뒤를 이어 먼 야산으로는 진달래 꽃들이 연분홍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그에 질세라 산수유꽃들이  샛노란 미소를  지으며 한순간에 피어나고, 땅에선 온갖 풀들이 파릇파릇 용솟음하는 약동 속에서 쑥들이 지천으로 솟아나며  4월은 달음박질쳐 오고있었다포구의 훈풍에 실려오는 4월은 벚꽃을  피워내고, 매화꽃을 피워내고, 배꽃이며 앵두꽃까지 흐벅지게 피어나게 했다. 그리고 논에서는 자운영의 붉은 꽃물결이 넘실거리게 하고, 논두렁 밭두렁에도 민들레며 가지가지  풀꽃들로 꽃잔치를 이루면서 강진의  봄은 한껏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234-


-그야 아버님 닮았을 테니 틀림없겠지요. 씨는  못 속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임상천의 인심 후한 덕담이었다. -267-


-.........끝. (제2부 [유형시대]로 계속 이어집니다.)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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