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24/ 태백산맥5 - 조정래 지음

최해식 2017. 2. 12. 09:10


-속이 차야 볼 것도 바르게  보는 눈이 생기고,  듣는 것도 바르게 듣는 귀가 생기는 법이다. -19-


-기차와 기찻길은 일본놈들잉 시도 때도 없이 입에 올리던 자랑거리였다.   [ "우리는 미개한 조선 전역에 기찻길을 놓아주었다.  그 편리한  시설로 걸어다니는 미개생활을 면하게 하고,  타고 다니는 문화생활을  하게 해준 그 한 가지 사실만  가지고도  조센징은 천황폐하와 대일본제국에 대대로 감사해야 한다" ]  일본놈들잉 뻔뻔스럽고도 자신만만하게 지껄여댄 소리였다. -23-


-. 3월이 오는 봄이고, 5월이 가는 봄이라면,  4월은 머무는 봄이었다. 머무는 봄의 자태는 하늘과 땅 사이에  현란함과 황홀함과 혼미함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그건 아지랑이였다. -92-


-군정의 비호 아래 이승만. 한민당. 경찰이 상호 협력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며 만들어낸 첫 번째 작품이 단정수립이고,  그 두 번째 작품이 이번 사건인 특위박멸이겠지. 그리고, 사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특위는 유명무실해지지 않았나.  박흥식이가 103일 만에 병보석으로 풀려나버리고, 재판 결과는 무죄  아니었나

특위가 죽을 고생해 가며 잡아들이면 뭘 해. 재판에서 다 그 지경 만들면 도로 아미타불이지. -189-


-범인 육군 포병소위 안두희. 현장에서 범인은 체포, 범인은 경찰의 손에서 때마침 스리쿼터를 타고 온 사오 명의 군복청년들에게 넘겨져 어디론지  자취를 감춤. 범인은 권총 네 발을 백범을 향해 발사하여 모두 명중시킴.  백범은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12시 45분경에 절명.

..........경찰이 스리쿼터를 타고 온 사오 명의 군복청년들ㅇ게 범인을 넘겨주었다는 것은 그 범행이 군조직의 사전모의에 의한 것이며, 군통수권자는  대통령이란 사실로 직결되엇다

............ 이승만은 가장 두려운 존재를 가장 치졸한 방법으로 제거한 거야.   김범우는 얼굴이 경직되며 단오하게  말했다. -222-

출전 ; 영상실록 49년  ;  https://www.youtube.com/watch?v=l4Hhc5d4lEY


-그늘이라고는 없는 논밭에  쏟아져내리는 7월의  햇살은  말 그대로 불볕이었다.  그 바늘끝 같은 햇볕을 쬐고 마시며 온갖 곡식들은 실하게 커가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피만큼 진한 팥죽땀들을 흘리며 허덕거려야 했다. -227-


-백범 김구의 장례식은 7월5일 서울운동장에서, 국민장으로 거행되었고, 백범은 효창공원에 영원히 잠자리를 마련하였다. -239-


-봄숲이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색감이 다른 치장을 해나가듯 벼가  자라고  있는 들판도 햇살의  따가워짐을 따라 그 색조가 나날이 변해가고 있었다.  초록의 색감이 진해질수록 드넓은  들녘은 부드럽고도 두꺼운 질감으로 푸르게 푸르게 부풀어올랐다.  푸름이 짙어갈수록 볏잎마다 부서지는 햇빛은 그 반짝거림에  윤기를 더해갔고, 드문드문 불어가는 바람결에 볏잎들이 수많은 물이랑을 이루며 부드럽고도  묵직하게 출렁거릴 때면 들녘은 온통 햇빛의 조각들이 살아서 뛰는 눈부신 초록빛 바다였다. -266-


-바람은 같은 바람이 불어가도 그 바람을 맞는 여름의 들판과 가을의 들판 모양은  완연히 달랐다.  여름들판이 잔잔하게 물결 이는 초록의 바다라면 가을 들판은 묵직하게  흔들리는 황금의 도가니였고, 여름들판이 처녀의 몸짓이라면 가을들판은 임산부의 몸놀림이었고, 여름들판이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웃음이라면 가을들판은 허허허 웃는 어른들의 웃음이었다.  포구의 갈숲도, 산의 나무들도  아직 싱싱하게 푸르렀으므로 들녘의 황금빛은 유별나게도 두드러져 보였다. -336- 


-349-끝. [6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