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내 시야를흐리게 했던 시

최해식 2015. 10. 30. 12:34

내 시야를흐리게 했던 시

바로 안도현의

겨울 강가에서......이다

 

 

 

-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식은 철없고, 철없는 자식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고  몸부림치던 그 모습들이 나에게는 '어린 눈발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떨어지는데 안 된다고 안 된다고.........떨어지기 전에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뒤척이고 그때마다 났던 세찬 강물 소리'  의 정체를 알게 했던 것이다. 아마도 할 수만 잇었다면 강물처럼 자신이 몸 가장자리에 살얼음이라도 깔아서,철없는 그것을 지키고 싶었어리라 는 그 마음의 아픔을  알아주는 한 편의 시가  내 시야를 흐리게 했던 것이다.

그후로,언제나 겨울이면 강변에 깔린 잔설과 두 분의 아픔과 이 한 편의 시가 내 눈가를 붉힌다. 그후로 언제나 겨울이면.........[평생 잊지못할  한구절 - 신경림,김명곤,장영희 외 지음]-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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