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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밖 좁은 길가에 민들레꽃이 피었습니다. 벌써 꽃이 져서 하얀 솜방울이 된것도 있습니다.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봅니다. 내가 한 마리 참새만한 작은 몸이 된 기분으로 민들레 옆에 앉아서 귀를 기울이면, 개미 기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아! 그뿐이 아닙니다. 민들레 엄마가 솜방울같이 된 씨앗 아기들에게 하는 말소리가 들립니다.가느다란 목소리입니다.
"아가, 아가들아. 인제 때가 되었구나.은빛으로 부푼 너희들이 내게서 떠나갈 때가......"
"엄마,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이제 바람이 불어오면 너희들은 바람을 따라 춤을 추며 멀리 사라져 가게 될 게다. 어느 들판일까? 산발치일까?그건 모르지만......"
"여기서 살고 싶은데요."
"아가,엄마 말을 들어봐라. 나는 일생을 사람들 발에 밟히면서도 꿋꿋이 살아왔다. 그러면서 너희들을 기른 것은 지금의 이 경사스런 이별을 하기 위해서였단다. 이별은 슬프지만 그 슬픔을 씹어 삼키고 나면,작디작은 너희들도 나처럼 어엿한 민들레가 된단다. 황금의 꽃 관도 쓰게 될게고......." "정말 그래요?"
"그렇고말고! 하지만 그 어디를 가더라도 변하지는 말아다오. 네 이름은 민들레, 네 꽃 빛깔은 황금색,끈질긴 생명을 가진다는 것을 .
오! 왔구나. 바람이 왔어. 내 아기들아, 훨훨 춤을 추며 잘들 가거라.
엄마는 손을 흔든다. 울면서, 또 웃으면서........"
민들레 꽃씨들이 바람에 날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솜방울은 다 벗겨 져 훨훨 날아갔습니다. 민들레 엄마가 혼자 중얼거리고 잇었습니다.
"아! 수백 수천으로 늘어나는 내 생명들을 하늘과 땅에 뿌리는 이 기쁜 슬픔! 이별이 슬퍼도 슬픈 것이 아니지. 기쁘고 즐거운 이별이지.잘 가거라.내 아기들아, 훨훨 춤추며 잘 가거라."
(** 엄마인 '민들레꽃'과 아기인 '씨앗'을 의인화한 이 짧은 이야기는 번식하는 생명체들의 본성을 그 어떤 과학논문보다도 실감나게 들려준다. -154- [글쓰기가 삶을 바꾼다 - 김종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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