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979/ 혼불 3 - 최명희 지음

최해식 2023. 7. 25. 14:00

- 어둠은 기울기 시작하고 달빛은 싸래기만큼씩 길어 나게 된다. -11-

 

- 달이야 어느 땐들 유정(有情)하지 않을까.

초저녁 동산 위에 가느소롬 곱게 뜬 각시 눈썹같이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하는 초승달이나,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그렇게 휜 살이 차 오른 반달, 그리고 참으로 온전하고 둥글어서 오직 우러러 바라보며 한동안을 그대로 서 있게 하는 보름달이며, 그 달이 한쪽부터 서운하게 이지러져 드디어 하현에 이르다가, 이제는 사일 대로 사위어 빛을 다 깎여 버린 마지막 푸른 손톱이, 끝내 잠 못 이룬 채, 아직도 캄캄한 사경(四更)의 새벽 하늘에 비수같이 떠 있는 그믐달. -34-

 

-잘 보았습니다. 끝.-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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