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 25편 여불위 열전

<해제>

여불위는 한나라의 큰 상인으로 여러 제후국을 주유하면서 시대의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진나라의 상국이 되어 진나라의 통일 사업에 큰 공을 세웠으며 불후의 명작 <여씨춘추>를 짓기도 했다.  여불위가 세인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어떤 첩에게 반하여 임신하게 했으나 그 임신 사실을 숨기고 자초에게 바쳐 아이를 낳았으니 그가  바로 진시황이라는 것이다.

반고가 여불위의 <여씨춘추>를 잡가류로 분류한 이래 여불위는 잡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여겨져 왔다. 

사마천은 천지, 만물, 고금의 일에 관한 모든 것이 <여씨춘추>에는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볼 정도로 여불위에 대해서는 상당한 평가를 하고 있다.

 

-여불위呂不韋는 양책의 큰 상인으로 여러 곳을 오가면서 물건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되팔아 집안에 천금의 재산을 모았다.

진나라 소왕 40년에 태자가 죽자 42년에 둘째아들 안국군을 태자로 삼았다.  안국군에게는 20여 명의 아들이 있었다.  안국군은 남다르게 사랑하던 여인을 정부인으로 삼아 화양부인이라 불렀다.  화양부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안국군의 둘째아들은 이름이 자초인데 그의 친어머니 하희는 안국군의 총애를 받지 못하였다.  자초는 진나라를 위해 조나라에 불모로 보내졌으나 진나라가 조나라를 자주 공격하였기 때문에 조나라는 자초를 그다지 예우하지 않아다.

자초는 진나라 태자의 많은 서자 중 한 사람으로 제후 나라의 볼모였으므로 수레와 말과 재물이 넉넉하지 않고 생활이 어려워 실의에 빠져 있었다.  여불위가 한단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그를 보고 불쌍하게 여겨 이렇게 말했다.

"이 진귀한 재물은 사둘 만하다."

그리고 자초를 찾아가서 말했다.

"나는 당신의 가문을 크게 만들어줄 수 있습ㅁ니다."

그러자 자초는 웃으면서 말했다.

"먼저 당신의 가문을 크게 만든 뒤에 내 가문을 크게 만들어 주시오."

여불위는 말했다.

"당신이 모른는 모양인데 저의 가문은 당신의 가문에 기대어 커질 것입니다."

자초는 그 말뜻을 깨닫고 안으로 불러들여 마주앉아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여불위는 이렇게 말했다.

"진나라 왕은 이미 늙었습니다.  안국군이 태자가 되었는데 화양부인을 총애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화양부인에게는 아들이 없습니다.  그러나 왕의 듸를 누가 이을 것인가는 오직 화양부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형제는 20여 명이니 되고 당신은 둘째서열인데다가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랬동안 제후의 나라에 볼모로 있습니다.  만일 왕이 세상을 떠나고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면 당신 형이나 여러 형제들과 아침 저녁으로 태자의 자리를 놓고 싸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자초는 물었다.

"옳습니다.  이를 어떻게 ㅎ면 좋겠습니까?"

여불위가 대답했다.

"당신은 가난하고 객지에 나와 있어 어버이를 공손히 섬기거나 빈객과 사귈 힘이 없습니다.  제가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당신을 위해서 천금을 갖고 서쪽으로 가서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섬겨 당신을 후사로 삼도록 할 것입니다."

자초는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당신의 계책대로 된다면 진나라를 그대와 함께 나누어 가지도록 하겠소."

여불위는 자초에게 500금을 주어 빈객과 사귀는 비용으로 쓰도록하고 또 500금으로는 진기한 물건과 노리개를 샀다.  여불위는 직접 그 물건을 들고  서쪽 진나라로 가서 화양부인의 언니를 통해 화양부인에게 모두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