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지 - 김선우-
가령 이런 것
콩나물 시루 지나는 물줄기 - 붙잡으려는 -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지나갈 때 솨아아 몸을 늘리는 - 콩나물의 시간
닿을 길 없는 어여쁜 정념
다시 가령 이런 것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 -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물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 편다
아-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 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
(참고글)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않은 길 (0) | 2016.11.04 |
---|---|
The Road Not Taken (0) | 2016.10.30 |
좋은시 - 수선화에게- (0) | 2016.08.23 |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0) | 2016.07.08 |
꽃 -김춘수 <현대문학>(1952) (0) | 2016.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