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때 / 혜민 스님

최해식 2014. 7. 4. 22:10

....살다 보면 누구나 슬럼프를 경험하게 된다.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말이다....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도대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일단 현재 상황을 좀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 

파도가 올라갈 때가 있으면 분명 내려갈 때도 있는 법이다. 

혹시 우리는 파도가 올라가는 것만을 정상으로 여기고 내려가는 것은 비정상으로 여겼던 것은 아닐까?

해가 떠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분명 장대 같은 장맛비가 올 때도 있는데 나에게만큼은 계속 해가 떠줄 거라 자만했던 것은아닐까?

지금 경험하는 내리막길도

우리 삶의 일부로 껴안고 가야 될

내 인생의 몫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금 경험이 싫다고, 쉽게 짜증내고 불안해하고 남 탓만 한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보자.

 

시야를 넓게 봤을 때 지금의 슬럼프는 파도가 다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  지금의 경험 덕분에 우리는 다시 올라갔을 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쉽게 마음이 들뜨지 않고 지혜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는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면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모두 다 자신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착각하기가 쉽다.  그러면서 나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보면 다 그 사람 탓이라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어찌 그 한 사람만의 잘못일까? 

 그동안 내 실력만을 과신해서 나보다 힘들고 아픈 사람들의 심정을 잘 몰라주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자. 

내가 지금 상황을 내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듯 그들 역시 아무리 노력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의 슬럼프를 기회로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해 지자.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들이는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에는 지금 상황을 전환시킨다  는 사실을 자각하자. 

내가 지금 슬럼프에 빠져있건 말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타자에게 던지는 공 하나라는 사실이다.  물론 잘 던진 공 하나가 슬럼프로부터 나를 벗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공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은 변화를 일어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지금의 작은 노력들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자꾸 노력하다 보면 장마에도 끝이 있듯 다시 곧 해가 뜬다. 

 

<중앙일보 2014.07.04 금여일 28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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