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352/ 미쳐야 미친다 - 정민 지음

최해식 2015. 11. 3. 18:07

-151103대출받음.

 

-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남이 미치지 못할 경지에 도달하려면 미치지 않고는 안 된다. 미쳐야 미친다. 미치려면及 미쳐라狂 . 지켜보는 이에게 광기로 비칠 만큼 정신의 뼈대를 하얗게 새우고,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고는 결코 남들보다 우뚝한 보람을 나타낼 수가 없다. -13-

 

- 바른길을 가는 사람들이 바보라고 놀림당하고,부족한 것들이 작당해서 능력 갖춘 사람을 왕따시키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상 있는 일이다. -32-

 

- 세상에는 한 번 척 보고 다 아는 천재도 잇고, 죽도록 애써도 진전이 없는 바보도 있다.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가 어려울 뿐, 한 번 뚫리게 되면 크게  뻥 둟린다.

한 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 가 남의  것이 된다.

피땀 흘려 얻은 것이라야 평생 내 것이 된다. -51-

 

- 1억1만3천 번의 독서 ;

김득신(1604~ 1684) 은 자못 엽기적인 노력가다. 아이큐가 절대로 두 자리를 넘지 않앗을 것이 분명한 그는,평생을 두고 잠시도 쉬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햇다.

.........한 사람의 인간이 성실과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한계를 그는 보여준 사람이다.

.........정작 내게 놀라운 사실은 그가 허구헌 날 같은 글을 되풀이해 읽으면서 읽은 횟수까지 빠짐없이 적어두었다.

.........그는 더욱 분발해서 남들이 즐겨 읽는 글 수백 편을 뽑아놓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읽고 또 읽었다.

.........길을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남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옛글을 외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52-

 

- 김득신은 [백이전]을 1억1만3천 번 읽은 것으로 이름났다. 실제 그가 읽은 회수는 11만3천 번이다. 그는 이것을  자부해서 자신의  거처에

 '億萬齋' 라는 당호를 내걸기까지 했다.  그는 만년까지 여러 책을 베껴 써서 늙어서도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백 번을 읽고 천 번을 읽고, 만 번 억 번에 이르도록 읽었다. 글의  맥락이 담긴 복선이 있는 곳은 밑줄을 긋고 둥근 점을 잇대어놓았다. -56-

 

- 황덕길(1750~1827)이 쓴 [김득신의 독수기 뒤에 쓰다書金柏谷得臣讀數記後]란 글의 한 대목을 읽어보자.

"근세에 재주가 뛰어난 자로 칭송을 받는 자로,중추 곽희태는 다섯 살에 [이소경]을 다섯 번 읽고 다 외웠다. 그 아들 곽지흠은 일곱 살에 [이소경]을  일곱 번 읽고 외웠는데,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앗다.

권유의 아들 권호도  한 번 읽은 뒤에 외웠고 ,그의 從弟 권민은 바로 외웠다고 한다. 그들의 총명한 재주가 남들보다 뛰어나니 비록 옛날에 암기력이 뛰어난 張誰陽장수양이라 하더라도 어찌 이들보다 낫겠는가? 하지만 그들의 문장은 단지 한때 재능이 있다는 이름만 얻었을 뿐 후세에 전하는 것이 없다."

 

글의 앞부분에서 황덕길은 김득신의  피나는 노력을 말하면서,부족한 사람은 있어도 부족한 재능은 없다고 했다. 부족해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어느 순간 길이 열린다. 단순무식한 노력 앞에는 배겨날 장사가 없다.

되풀잉해서 읽고 또 읽는 동안 내용이 골수에 박히고  정신이 자라,안목과 식견이 툭 터지게 된다. 한 번 터진 식견은 다시 막히는 법이 없다. 한 번 떠진 눈은 다시 감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어려운 책을 몇 번 읽고 줄줄 외웠던 천재들의 글은 지금 한 편도 전하지 않는다.

김득신은 그렇지가 않았다. 공부를 아무릴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사람은 김득신을, 아니 그의 끝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스승으로 모실 일이다.-64-

 

- 마음을 지킨 사람 ;

이서우(1633~ ?)가 쓴 [백곡집서柏谷集序]의  한 대목을 보기로 한다.

"백곡은 젊어서 노둔하다 하여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독서어ㅔ 힘을 쏟았으니  그 뜻을 세운 자라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기를 억 번 만 번에 이르고도 그만두지 않앗으니,마음을 지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작은 것을 포개고 쌓아 부족함을 안 뒤에 이를 얻었으니 이룬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 ! 어려서 깨달아 기억을 잘한 사람은 세상에 적지 않다. 날마다 천 마디 말을 외워 입만 열면 사람을 놀래키고,훌륭한 말을 민첩하게 쏟아내니,재주가 몹시 아름답다 하겠다. 하지만 스스로를 저버려 게으름을 부리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그만두어버리고,늙어서도 세상에 들림이 없으니,공과 견주어본다면 어떠하겠는가?"

 

함부로 몸을 굴리고,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청춘을 탕진한다. 무엇이 좀 잘된다 싶으면 너나없이 물밀 듯 우루루 몰려갔다가,아닌듯 싶으면

썰물 지듯 빠져나간다.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싫은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어하고 칭찬만 원한다.그 뜻은 물러터져 중심을 잡지 못하고,작은 것을 모아 큰 것을 이루려 하지 않고 일확천금만 꿈꾼다.여기에서 무슨 성취를 기약하겠는가? -66- 

 

 

- 정약용의 [菊影詩序]를 읽어보자.

"국화는 여러 꽃 가운데 특히 빼어난 점이 네 가지 있다.

늦게야 꽃을 피우는 것이 한 가지이고,오래도록 견디는 것잉 한 가지이며,향기로운 것이 한 가지이고,어여쁘지만 요염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차갑지 않은 것이 한 가지이다. 세상에서 국화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스스로 국화의 운치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 네 가지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270-

 

-..............-333-끝.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