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349/ 고독의 권유 - 장석주 지음

최해식 2015. 10. 28. 17:57

-151101읽음.

-9.11당시 '부시' 의 기세등등한 저 얼굴은 '나' 아닌 모든 '너' 를 무한경쟁의 상대자,만인 대 만인의 전쟁의  교전 당사자로 규정하고, '나' 아닌 '너'를 힘으로 제압하고 말겠다는, 패권주의에 들린 '아버지' 의 얼굴이지요.끝없이 저 혼자만 연년세세 강건하게 살아남으려고 온갖 보약을 구해 장복하고, 좋은 것과 잇속을 독차지하려는 욕심 많은 군왕의 얼굴이지요.부시의 얼굴 뒤에는 일체의  '죽임'과 '음모', '독점' 과 '전쟁'의 악성 신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장본인의  얼굴이 숨어 있습니다.-29-

 

- .......나고 죽음은 순환입니다. 순환은 만물의 본성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생물이 싹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제 뿌리로 돌아가는 영원한 순환 속에 잇습니다. 이 영원한  순환의  길 위에서,먼저 가는 것들은  반드시 뒤에 오는 나고 죽는 것들을 이롭게 해야 합니다.

뒤에 오는것을 이롭게 하여 생명을 북돋우고  양육하지 않는 것은  악입니다. -38-

 

- 12월이 간다.  간밤의 노름판에서 판돈을 몽땅 털리고 터덜거리며 돌아오는 탕자의 빈 가슴에 쌓이는 상심처럼 그렇게 왔던 12월이다. -39-

 

- 연립주택에서 아파트로 ,한 해나 두 해 걸려 살 집을 찾아 이사를 다녀야 했다. 이사하기가 명절 돌아오는 것보다 더 자주였다. -53- 

 

- 속이 꽉 차 단단한 밤들은 갈색의 반들반들한 몸통을 갖고 있다. 밤들은 여물기까지 빗줄기와 바람과 폭염과 태풍을 이겨냈을 것이다.

.......모든 '열매'들이란 자연의 재난과 시련을 극복한 결과물이다.

.......삶의 '열매'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련과 장애를 이겨낸 보상이다. -55-

 

-  새벽 하늘에 별들은 또 얼마나 풍성하게 열려 있었던가! -65-

 

- 5월 내내 멀고 가까운 산들이 운무가 낀 듯 뿌옇게 보였던 것은 송화가루 탓이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소나무는 송화가루를 공중에 포연처럼  흩뿌린다. 소나무는 그렇게 해서  제 씨앗을 널리 퍼뜨리려는 것이다. 자연에 각인된 종족 보존 본능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6월로 접어들자 집 옆에 거대한 군집을 이룬 밤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피워낸다. 이미 녹음을 이룬 잎과 줄기 위로 밋밋하고 길쭉하게 뻗어나간 휜꽃이 밤꽃이다. 밤꽃 향기는 6월의 대기 중에 매우 높은 질량으로 퍼진다. 새벽이면 그 향기는 더욱 강하게 코로 밀려와 아찔힌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74-

 

- 매일 똑같은 소롯길을 산책하더라도 오늘의 소롯길은 어제의 그것과 같지 않다. 소롯길 주변의 풍경은 날마다 조금씩 진화하고 잇다. 어제 봉오리를 맺었던 풀꽃은 오늘 만개한 흰꽃을 보여준다. -79-

 

- 벌서 5월이다. 조팝나무 가지를 하얗게 덮은 꽃잎들이 바람에 꽃비처럼 떨어져 내리더니 이제 산은 초록으로 부풀어 오른다. 나는 밤의어둠이 대지를 덮으면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일어나 이슬을 헤치며 집 주변의 숲속을 산책한다.  -103-

 

- 사람은 '나눔' 의 존재다.가장 먼저 우리는 어머니의 모태에서 '나뉘어진' 존재다. 어머니의 나눔잉 없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조차 없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는가.부모란 생명뿐만 아니라 자신의 것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기꺼이 자식들에게 나누어주는  존재다. 우리를 키운 것은 그 '나눔'이다. 무보상적인  나눔의 행위는 숭고하다. 그것은 타자의생명을  북돋우고, 그 생명의 가능성들을 풍부하게 만든다. 부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핏줄을 함께 나눈 형제들과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타인들이 베푸는 크고 작은 '나움'을 통해 우리는 생을 영위해간다. 물 한 잔을 나누고,밥 한 그릇을 나누고,따뜻한 말 한마다를 나누며,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108-

 

- 걷기는 숭고하다. 나는 눈동자를 크게 열어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려고 한다. 바라본다는 것은 풍경과 소통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빨리 걷는 자들은 풍경이 건네는 말을 듣지 못한다. 둘 사이의 무덤덤하고, 따라서 어떤 교감도 없다. 늘 같은 풍경이자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풍경도 같지 않다.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닌 것처럼 풍경도 어제와 같지 않다-118-

 

- 아침나절에도 여전히 4월의 비가 내리고 잇다. 4월의 비는 지난겨울 얼었다가 풀린 땅을 두드리고 간다. 4월의 비는 지난겨울 얼었다가 풀린 땅을 두드리고 간다. 4월의 비는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늙은 감나무의 빈 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들의 머리를 두드리고 간다. 4월의 비는 어린 새싹들을 기르는 천연 자양분이다. 저 허공에 가득히 사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비를 오래 바라본다. -131-

 

-

 내가 그의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사랑이란 한 사람을 개별화하거나 특수화하는 행위다. 다시 말해 무수한 '너'들 속에서 단 하나의 '너'로 만드는 것이다. 범속한 어떤 존재에 생명의 입김으 불어넣는 것,의미의 입김을 불어넣는 것,그것이 사랑이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꽃들은 개체적 삶을 스쳐가는 하나의 뜻없는 사물에 불과하며,공허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엇을 때,내 영혼이 그를  내 존재의 세계 안으로 호명하고 받아들였을 때 그 꽃은 돌연 내 삶에 개입하는 실존적 사건이 된다. 내가 그'꽃'을 호명함으로써 내 삶은 그 이전과 다른 의미와 빛깔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고독의 권유 -장석주 지음] -153-

 

- 사막을 여행해본 사람만이 푸르름이 무엇인지를 안다. 모래의 바다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만이 물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 -171-

 

- .........-291-끝.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