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 / 친절한 복희씨 - 박완서 지음
-151103대출 받음. 1104읽음.
-책 펴낸 날이 2007년10월12일 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글 잘쓴다. 하지만 작가는 다음의 말로 인사말을 대신한다.
"나도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 짓이라도 않 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300-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명랑하게 조잘대는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내려오는 복사꽃잎을 떠올렸다. -34-
- 마침 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마당에 내려서자 예서 제서 흙을 뚫고 솟아오르는 여리고 예쁜 싹들이 보였고, 그것들이 이 세상 빛을 보길 참 잘했다고 저희끼리 좋아라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면서 내 안에서도 땅집에 이사 오길 잘했다는 화답이 샘솟는 느낌이 왔다. -44-
- 구슬 같은 눈동자, 구슬 같은 눈물, 구슬 같은 이슬,
구슬 같은 물결.......어디다 그걸 붙여도 그 말은 빛났다.
그해 겨울은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이었다. -67-
- 처음엔 도망치듯 빨리 걷다가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차차 천천히 걸었다. 맑은 시냇물이 졸졸 새처럼 지저귀며 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길과 시냇물 사이 누렇게 시든 풀섶에 푸릇푸릇한 건 쑥잎일까.민들레일까.오면서 먼산에 잔설을 본 것도 같으나 등덜미에 내려앉은 햇살은 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도타웠다.무디어졌던 계절 감각이 눈뜨는 것 같은 설렘을 따라,걸어오던 길을 벗어나 시냇가를 바싹 붙어 길 없는 길을 걷다가 편안해 보이는 둔덕을 찾아 앉았다. -138-
- "나도 폐 될까 봐 지척에 살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늙은이 일은 모르는 일, 더군다나 우리 두 늙은이 중 하나가 죽으면 너희가 부담을 안 느깔래야 안 느낄 수 없게 될터.매일 문안은 못 할지언정 불빛으로라도 오늘도 저 늙은이들잉 살아 있구나 확인 하고픈 게 자식 된 도리가 아니겠냐. 우리도 너희 집 창문에 불이 켜지면 내 새끼들이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거 아니냐.서로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산다는 것,바쁜 자식과 할 일 없는 늙은이끼리 이보다 더 좋은 소통의 방법이 없을 것 같구나."-191-
- "앵속이 뭔데?"
"양귀비라고, 꽃이 어찌나 요상하게 화냥년처럼 피는지 금방 눈에 띄지. .....꽃이 지고 열매 맺으면 그 열매에다 상처를 내서 진을 받으면 그게 아편이란다. 일정 때 왜놈 순사한데 잡혀가는 걸 무릅쓰고 앵속을 기른 것은 토사곽란에 그것처럼 즉효약은 없었으니까.지금처럼 마이신 같은 신통한 약이 없을 때였느니라.-249-
-나는 박완서의 문장에서 제 태어난 본래 자리에 돌아온 듯한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안도감은 박완서가 추억 속에서 재현해내는 풍물들로 다시 안정된다. 월급 없이 먹고 자는 것으로만 보상받는 '식모' 란 존재,폐허가 된 명동의 황량한 거리, 난방이 안 된 극장, 카바이드 불을 켠 포장마찻집, 거기서 사먹는 오뎅, 그리고 연탄불.....
그럼에도, 반세기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문자로 재현되는 이 그림은 내게 따뜻한 감회의 정 없이는 결코 떠올릴 수 없는 모습이다. 우리가 그런 세상을 살아왔고 그런 전 시대의 투박한삶을 살아 왔던 것인데,박완서 소설 속 인물들 대부분이 바로 그런 시절을 살고 누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50년대를 젊은 살림꾼으로 전후의 척박한 삶을 살았고 열심히 자식들을 키워 결혼시켰으며 이제는 손자 손녀들을 돌보며 혹은 은퇴해서 노후의 생활을 하고 있는 6,70대의 노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를 자상히 들여다보는 박완서가 이미 70대 후반의 노인이다. 그러나 다행히,그녀는 은퇴를 모르는 작가이고,그것도 여전히 정력적으로 창작에 전념하는 현역 작가이다. 나느 여기서 비로소 우리에게도 박완서에 의해 '노년문학' 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내가 말하는 노년문학은 노인이기에 가능한 원숙한 세계 인식,삶에 대한 중후한 감수성, 이것들에 따르는 지혜와 관용과 이해의 정서가 품어져 있는 작품 세계를 드러낼 경우를 말 한다.-283-
- 나는 박완서의 장편[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보면서 인간의 이중성과 위선에 대한 작가의 주저 없이 도저한 폭로를 읽으며 전율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 지독한 부정적 모습의 자연주의적 관찰을 발견하고 작가의 가차없이 치열한 시선에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친절한 복희씨 - 박완서 소설집/ 해설편 김병익지음 <험한 세상, 그리움으로 돌아가기>에서 ] -288-
- ............-301-끝.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