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그들이 왔다 /이상각 지음
내가 "후쿠자와 유키치"를 잘못 알고 있나?
후쿠자와는 뛰아난 필치로 당대 일본인에게 정한론을 바탕으로 하는 아시아 침략 전쟁의 당위성을 세뇌시킨 한편 조선과 중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했다. 실로 그는 일본의 펜으로 서양의 잉크를 찍어 동양에 사형 선고를 내렸던 비정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의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은 그를 '근대화의 아버지'로 추켜세우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혹시라도 저승에서 후쿠자와가 그 광경을 보고 있다면, 과거에 소설가 이광수가 자신의 무덤을 참배하면서 내뱉었던 말을 떠올리면서 폭소를 터트리지 않을까.
"하늘이 일본을 축복하셔서 이런 위인을 내리셨는가" -250-
개성 출신의 인재웅(松井伍長)도 가미카제 특공대원이었다. 그가 제로센 비행기를 이끌고 출격한 뒤 돌아오지 않자 일제는 천황을 위해서 감연히 희생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 공세를 벌였다.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서는 '송정오장'을 따르자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그 기사를 읽은 시인 서정주는 감격에 겨워 '송정오장송가' 라는 시를 발표했다. 맹복적인 일제 군국주의와 친일 시인의 찬송가가 헛소리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서정주의 '송정오장 송가頌歌'
아아 레이테 만은 어데런가.
언덕도 산도 뵈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둥 떠서 다니는
몇 천 길의 바다런가.
아아 레이테만은 여기서 몇 만 리련가..... .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 소리....... .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그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파도 소리.... ..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띄우고 "갔다가 오겠습니다" 웃으며 가더니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더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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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그들이 왔다>> <이상각 지음>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