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신간안내]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최해식 2014. 12. 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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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자기계발 》 성공/처세

이토 우지다카

이수경

21세기북스

2012-08-21

12,000원

200 쪽

 

“빨리 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도서 소개

하시모토 선생님의 ‘기적의 교실’

바람 한 점 없는 날. 하시모토 선생님은 교실 구석까지 들릴 만한 목소리로 천천히 『은수저』를 낭독한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대나무엿을 깨물며 듣고 있다. 1934년 하시모토 선생님이 나다 학교에 부임한 이래 해온 수업 방식이다. 하시모토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흥미를 느껴 빠져들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작품의 내용과 작품 속의 단어에서 파생되는 것들까지, 학생에게 진정한 국어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줄 교재는 없을까, 줄곧 그 생각만 했습니다. 학생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이 소설책을 3년 동안 읽어 보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책임지겠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3년 동안 ‘교과서를 버리고’ 소설책 1권을 읽는 수업이 진행된다. 학생들이 흥미를 좇아서 샛길로 빠지는 수업, 모르는 것 전혀 없이 완전히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도록 책 1권을 철저하게 음미하는 미독味讀의 슬로 리딩. 그러면서 하시모토 선생님은 성적으로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차별한 적이 없었다. 그는 수업을 할 때도 가르친다기보다는 폭을 넓히고 깊이를 얕게 해서 학생들이 마음껏 의문을 갖도록 했으며, 누구나 흥미의 대상을 찾고 점점 거기에 빨려 들어가도록 했다.

천천히 읽고 깊게 생각하고 크게 깨닫는 힘

하시모토의 제자인 일본변호사연협회 사무총장인 가이도 유이치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과 감수성을 『은수저』를 통해서 전하고 싶으셨”다고 말한다. 일본 최고재판소 사무총장인 야마사키 도시미쓰도 자신이 판결을 내릴 적에는 법률지식이 아니라 하시모토 선생님에게서 배운 ‘모든 사물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사고’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은 인생에서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NHK 수석 디렉터 히라카 데쓰오는 “선생님의 가르침은 제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사회에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아, 그 선택도, 이 행동도 하시모토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영향을 받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은수저』 인쇄물에는 옆길로 빠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본문 안에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이때다 하고 학생들을 다른 세계로 유혹합니다. 만드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며 탈선할 수 있을까, 하시모토 선생님 스스로 즐기며 작업했다는 느낌도 받았지요. 정말로 놀라운 인쇄물입니다. 하시모토 선생님이 강철체력이라는 것은 당시에도 알고 있었고요.”

하시모토 선생님은 이런 식으로 『은수저』 수업을 진행해 나갔다. 어린 주인공의 기쁨과 놀라움과 무례함과 질투심을 체험하면서. 한 단어, 한 구절의 울림과 깊이까지도 곱씹으면서. 이야기의 줄거리에서 점점 샛길로 빠지면서. 선생님은 아이들의 개성을 발굴하고 존중하면서 그들이 『은수저』 1권을 통해 ‘천천히 읽고 깊게 생각하고 크게 깨닫는 힘’을 갖도록 가르친 것이다.

슬로 리딩이 인생을 바꾼다

하시모토 선생님의 제자는 1000여 명이다. 그들은 모두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자리에 있다. 이들이 사회에 나가 다른 사람들보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의 ‘기적의 교실’ 덕분이다. 특히 나다 학교는 1968년 사립학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도쿄 대학 합격생을 배출한 이래 줄곧 도쿄 대학 합격자 수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후 가이세이나 쓰쿠바 대학 부속 고마바에 톱의 자리를 내어 준 해年도 있었지만 하시모토의 제자들이 졸업하던 해인 1974년과 1980년은 역시 일본 최고를 기록했다.
지금도 하시모토 선생님의 수업 방식인 ‘슬로 리딩 수업’은 모교에 계승되어 후배들을 일본 최고의 리더로 성장시키고 있다. 아이들 대다수는 사회에 나간 뒤에 하시모토 선생님의 수업에서 익힌 능력의 위대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소설가 엔도 슈사쿠, 도쿄대 총장 하마다 준이치, 최고재판소 사무총장 야마사키 도시미쓰 등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은 하시모토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슬로 리딩’이 그들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 추천사

대학입시 준비에만 치우쳐온 우리의 교육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책입니다. 학생들에게 흥미를 주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친 하시모토 선생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책으로 인해 학생들이 사고력과 표현력을 신장시키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 학교법인 양정이숙 이사장 엄규백

◎ 본문 중에서

평소처럼 설렁설렁 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혹시 중학교 국어 시간에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합니까? 선생님이 되었을 때 나는 그렇게 자문해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으니까요.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기는 했지만 수업 자체에 대한 인상은 제로에 가까웠지요……. 그래요. 나 역시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을 수업을 할 거라고 생각하니 몹시 괴로웠습니다. 학생의 기억에 오래 남게 가르칠 수는 없을까, 아이들의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될 교재로 가르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22쪽)

그런 벽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든 넘고 말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이는 쪽은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다. 단어를 몰라도, 문법이 난해해도 앞뒤 문맥에서 유추하려고 한다. 의미를 모르는 문장이 있어도 일단 쭉쭉 읽어 나가면서 뒷 문장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결론에서 거꾸로 거슬러 가면 어떨까, 이런저런 방책을 짜낸다. 밀어 보거나 당겨 보거나, 아래서 올려다 보거나,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는 식으로 어떻게든 ‘벽’을 ‘계단’으로 만들어서 넘어가려는 것이다. ‘벽을 계단으로 만드는 힘’이야말로 에티 선생님이 은수저 아이들에게 준 열매가 아닐까. (74쪽)

시간이 흘러 어느덧 중학교 1학년 마지막 국어 시간. 학생들은 각자 1년 동안 쓴 자신의 인쇄물들을 모아 맨 위에 좋아하는 색의 표지를 씌우고, 뒷부분에 색인을 붙인 다음 오른쪽에 송곳으로 구멍 4개를 뚫고 끈을 꿰어 단단히 제본했다. 에티 선생님의 『은수저』 어구 해설, 일러스트 설명, 읽기 쉽고 재미있는 교양과 지식, 학생 스스로 써 넣은 ‘감각이 뛰어나다고 느꼈던 문장’ ‘아이다운 표현’ ‘단문 연습’ 성과가 고스란히 담긴 한 권이었다. 바로 학생들의 인생에 보물이 된 「“은수저” 연구 노트」 제1호다. (94~95쪽)

설령 빨리 읽어 나간다고 합시다. 여러분에게 뭐가 남을 것 같습니까?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내 수업은 속도를 다투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속독을 가르칠 생각도 없습니다. 그보다 다들 조금이라도 어렵다고 느낀 곳, 흥미로운 곳에서 스스로 옆길로 빠지면 좋겠습니다. 자꾸만 파고들어서 자신의 세계를 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갈 작정입니다. (131쪽)

에티 선생님은 공부하거나 외우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즐기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정월의 행사가 은수저 반 학생들에게서 고문古文 알레르기를 제거하고, 훗날 해외에 나가서 1200년 전 시도 읊을 수 있는, 온전한 국제인을 키우는 기초가 된 것이다. 은수저 아이들이 졸업하던 1968년에 사립학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도쿄 대학 합격생을 배출한 이래 나다 고등학교는 줄곧 도쿄 대학 합격자 수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후 가이세이나 쓰쿠바 대학 부속 고마바에 톱의 자리를 내어 준 해도 있었지만 하시모토의 은수저 반이 졸업하던 해, 1974년(도쿄 대학 합격자 120명)과 1980년(도쿄 대학 합격자 131명)은 역시 일본 최고를 기록했다.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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