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24/ 비슷한 것은 가짜다 - 정민 지음

최해식 2024. 11. 2. 20:19

-명궁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고 화살이 맞은 곳마다 쫒아가서 과녁을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화살이 과녁을 찾아가야지,  과녁이 화살을 찾아가느 법은 없다.  표적이 바뀌면 조준이 달라지듯,  시대가 바뀌면 취향도 바뀐다. -40-

 

- <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 건넌 이야기 ( 一 夜 九 渡 河 記 ) >는  [열하일기] <신장잡기>에 실려있다. ..............천 리 밖 폭우가 천 리 아래에서 미친 물결을 일으키는 곳이 바로 황하다. 그 규모는 내 시골집 앞을 흐르던 도랑물과는 차원이 다르다.-72-

 

- 冥心명심이란 속념을 끊어 마음을 고요하게 지닌는 것이다. .....명심자는 속된 생각을 들이지 않고 이목에 현혹되지 않는 고요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탈이 되지 않는다. -74-

 

- 좋은 문장을 쓰려면 눈을 감아라.  훌륭한 시를 쓰고 싶거든 눈을 감아라.  문장이나 시만이 아니다.   인간 세상 온갖 일이 다 그렇다.  이때 눈을 감는다는 것은 '명심'의 상태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85-

 

-그대가 [사기]를 읽었다 하나, 그 글만 읽었지 그 마음은 아직 읽지 못했구려......[사기]를 제대로 읽으려면 그 글 속에 담긴 사마천의 그 마음을 일어야지요.....난는 사마천의  마음은 읽지 못하고 그저 그 문장력에 감탄만 하고 앉았다면 그대가 읽은 것은 사마천의 껍데기일 뿐입니다. -89-

 

- 꼭 이래야만 한다고 우기지 말아라.  이것만이 옳다고 고집하지 말아라.  여룡은 제 여의주를 가지고 말똥구리의 말똥을 웃지 않느다.  말똥구리는 제 말똥을 소중히 알아 여룡의 여의주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107-

 

- 사물과  만나 그  의미를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도 사물을 보는 눈이 열리지 않는 사람은 장님이나 진배없다. 아름다운 새소리에 아무 느낌도  일지 않는 사람은  귀머거리나 한가지다. -123-

 

-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의 나중 시듦을 안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 " 이것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133-

 

 

- 비슷한 것은 이미 진짜가 아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그러니 비슷해지려 하지말아라. -150-

 

-같은 시대 이용휴는 "시를 지으면 唐詩가 아님이 없는 것이 근래의 폐단이다.  당시의 체를 흉내 내고 당시의 말을 배워서 거의 한가지 소리에 가깝다.  이것은 앵무새가 허루 종일 앵앵거려도 자기의 소리는 없는 것과 같으니  나는 이것을 몹시 협오한다" 고 했다. -202-

 

-"노랗고 어여쁜 개나리같이 생긴 해가 허연 수염 난 구름과 둥실둥실 떠 있다."

"시원한 바람이 사뿐사뿐 뛰어다니고,  하늘이 울적해 보인다."

"어두운 하늘에서 시커먼 구름들이 각자 심술을 내면서 귀엽고 아주 조그만 빗방울들을 하나하나씩 새나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듯이 떨어뜨리다. -210-

 

- 연암은 우리나라 아낙네의 복식 문제를 들고 나온다........그러다가 고려 말 임금들이 원나라 공주에게 장가들게되면서부터 몽고풍이 들어와 오랑케의 상스러운 머리 모양과 복식이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이제 3.4백 년이 지나고 보니 저고리란 것은 겨우 어깨를 가릴 지경이고,  소매는 팔에 둘둘 말아 놓은것처럼 좁아서 입은 꼴을 보면 요망하고 창피하여 보기에 민망할 지경이다.그런데  시골 기생들의 복식에는 허리띠도 있고 소매도 넓어 오히려 아직도 예전의 법도가 남아 있다. 이에 어떤 사람이 있어,  사대부 아낙네의 복장이 요망하기 짝이 없고 옛 법도에도 어긋나니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아낙네들은 누구를 기생년으로 만들려 하느냐고 발끈할 것이 아닌가?-213-

 

-나는 윈리나 정신을 본받지 않고 형식과 껍데기만을 본받다가 스스로를 망치고 나랏일을 그르친 사람이 바로 임진왜란 때의 신립이다.  앞서 한신은 배수진을 쳐서 강한 조나라를 이겼는데  신립은 배수진을 쳐서 강한 일본에게 조선의 관군을 전멸시키고 말았다. 배수진은 아무 때. 아무나 치기만 하면 이기는 것이 아니다. 문경 새재 그 천험의 요새를 마다하고 군대를 뒤로 물려 탄금대도 아닌 그 건너편 너른 벌판에 배수진을 치고 기다리니,  유효 사거리 30보인 조선의 화살과, 유효 사거리 100보인 일본의 조총은 애당초  싸움의 거리조차 되지 않는것었다. 왜 같은 배수진을 쳤는데 한신은 이기고, 신립은 졌는가?  신립은 知變을 몰랐고,  한신은 그것을 알았다.  한신은 뻗을 자리를 보고 뻗었고,  신립은 남이 뻗는 대로 뻗었다. 호리의 차이가 천리의 어긋남을 빚는다.  -236- 

 

-어지러운 시대를 만나 안연은 단사표음( 簞食瓢飮 ), 즉 한 소쿠리 밥과 한 바가지 물로 안빈낙도( 安貧樂道 )의 삶을 누리다 이룬 것 없이 세상을 떴고,  태평한 시절을 만난 우임금과  후직은 천하를 위해 일하느라 제집을 세 번씩  지나치면서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들이 처지를 바꿔 태어났더라면 마땅히 똑같이 했을 것이다.  이것은 맹자의 말이다. -238- -

 

- [순패]는 어떤 책인가? 소천암이란 이가 우리나라의 민요와 민속,방언과 속기( 技)를 적어 놓은 책이다.......해묵은 장도 새 그릇에 담고 보면 새 장맛이 나고, 평범한 이야기도 장소가 바뀌면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지 않던가?........이른바 해묵은 장도 그릇을 바꾸고 보니 입맛에 새롭더라는 이야기의 부연이다.......실속있는것은 겉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것일수록 그럴듯해 보인다. -246-

 

 

- 잘봤습니다.끝.-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