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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 - 정규웅 지음
최해식
2024. 10. 12. 20:23
-1980년 8월27일 전두환이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1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부터 이듬해인 1981년 2월 25일 다시 제12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제5공화국이 출범하기까지 각종 매체에는몇몇 문인들의 희한한 글들이 잇달아 실리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고 그 지도자를 찬양하는 글들이었다. 누군가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치기도 어려웠갰지만 대개는 새 정치권력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못 이겨 쓴 글들이었다........신진여류작가 강유일,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조연현, 서정주는 대통령선거 찬조연설에 동원되었고 당선 후에는 '당선축시'를 발표했다........전두환의 11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될 즈음 문단에는 또 다른 소문이 은밀하게 나돌고 잇엇다. 한 소설가가 전두환의 일대기를 집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소문이었다. 집필자로 동원된 소설가가 '천금성'이라는 사실은 좀 뒤에 밝혀졌다.-6-
-1980년대 소설 부문 문제작1위로선정된 작품이 [태백산맥], 문제 작가 1위로 선정된 문인이 조정래였다. .......작품을 연재했던 시기의 시대적 배경을 보면 제5공화국이 출범한 지 2년쯤 지난 후에 시작해서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지 2년쯤 지난뒤에 끝난 셈이다. 신군부가 실권을 장악하면서부터 5공 초기까지의 강압적인 통치 행태를 감안하면 공산주의자들의 빨치산 활동을 실감 있게 그린 [태백산맥]과 같은 소설을 어떻게 그 시기에 자유롭게 쓸 수 있었는지 신기한 느낌이 들 정도다.-83-
-소설[태백산맥]의 사상성이 처음 공개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뜻밖에도 문단이었다. 원로 소설가 김동리가 한 문학 강연에서 '민중문학의 사상성은 본질적으로 불온하다' 면서 [태백산맥]을 잠깐 언급한 데 뒤이어, 원로 시인 서정주는 사사로운 문인 모임에서 [태백산맥]은 전형적인 '빨갱이 소설'이라면서 '이런 빨갱이 소설이 거침없이 읽히는 이 사회가 개탄스럽다' 고 말한 것이다........마침내 대검은 1992년 소설[태백산맥]에 대한 내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한데 단서로 붙인 문구가 희한했다. '일반 독자들이 교양으로 읽는 경우에는 무관하지만,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읽으면 불온서적 소지 및 탐독으로 의법 조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검찰당국의ㅣㅣ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때 조정래는 이렇게 말했다.
"안방에서 어머니가 읽으면 교양물이고, 건넌방에서 대학생 아들이 읽으면 이적 표현물이란 말인가?"-85-
-161부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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