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퍼온글]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

최해식 2014. 11. 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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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

 

[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2012년 10월 09일 (화) 21:32:47 지면보기 14면 중부매일 jb@jbnews.com
   
얼마 전 집 근처에 있는 상점에 들렀을 때 목격한 일이다. 어떤 엄마가 대여섯 살쯤 된 아이에게 "네가 애냐?"며 면박을 준다. 그것도 큰 소리로 말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 혼내는 엄마에게서 아이가 창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 엄마는 아이에게 어른의 모습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아이의 풀죽은 표정에서 기가 꺾여있음을 보게 되어 씁쓸했다.

그 상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우연히 직원들이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화가 나있는 젊은 여자는 팀장인 듯 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이 많은 아주머니는 팀원인 듯 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쩔쩔매고 있는 나이 많은 팀원에게 30세 안팎으로 보이는 팀장이 "내가 이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 반말로 고함치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권세는 탐닉하기 쉬운 것이라 오만방자해지기 마련이다.'는 말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보다 윗자리에 있을수록 예의와 겸손의 미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조선 초 맹사성(孟思誠)에게 한 고승이 준 가르침이다. 맹사성은 열아홉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군수라는 높은 자리에 올라 자만심으로 가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맹사성은 그 고을에서 유명하다는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그러자 스님이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맹사성은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라며 거만하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 때 스님이 차나 한 잔 하자고 붙잡았다. 그런데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르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는 맹사성에게 스님은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웠던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지방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말했다고 한다.

문득 직장에서 흔히 목격되는 사람풍경이 떠오른다. 윗사람이라고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말하고,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고 무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넘치는 찻물을 보는 것 같다. 함께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모습이나 업무처리로 바쁜 직원들 옆에서 테니스 라켓이나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 문지방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있는 맹사성이 떠올라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상점에서 우연히 목격된 일들을 보며 예의와 겸손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일상의 삶에서 겸손을 만나고 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게 된다. 살아가면서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무서워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겸손도 자기계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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