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 토정 이지함,민중의 낙원을 꿈꾸다- 김서윤 지음
-허름한 차림새의 한 사내가 휘적휘적 길을 걷고 있다. 깁다 못해 누더기나 다름없는 도포자락은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금세 뜯겨 날릴 것만 같다. 머리에 쓴 것은 갓이 분명할진대 어쩐지 그 생김새가 여느 양반님네가 쓰는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살갗에 스치느 봄바람은 아직 차가우나 땅은 따사로운 햇살에 녹아 여기저기 진창이 만들어졌지만 사내는 그 길을 짚신 발로 아무 거리낌 없이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었다. -11-
- 을사사화가 무엇이던가. 인종이 즉위한 지 아홉 달 만에 죽자, 열두 살 어린 명종이 왕위를 이어받으면서 권력을 차지한 윤원형(소윤) 일파가 인종의 외척인 윤임(대윤) 일파를 몰아내고자 일으킨 참변이다.-22-
- 때 이른 매미 울음소리가 동헌 뜰을 찌르릉거리고 있었다. -78-
- 비가 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해는 날로 뜨거운 혀를 널름거렸다. -80-
- "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 이라 했다. 좋은 일은 서둘러 행하심이 옮습니다............. 만물은 태고 적부터 그 자리를 지ㅣ고 있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함이 없습니다.
..........옛날 성현의 말씀에 "조부는 수레를 잘 끌기로 소문난 사람이지만 수레와 말이 없다면 자신의 재능을 나타낼 수 없다. 후예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이지만 활과 화살이 없다면 역시 무예를 자랑하지 못한다." 고 했습니다. 이렇듯 인재들도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도 없이 빛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136-
- 세상의 모든 것은 그 쓰임새가 서로 다른 법입니다. 사냥을 하는 보라매가 새벽을 알리는 닭의 일은 할 수가 없으며, 하루에 천 리를 가는 명마가 쥐를 잡는 고양이의 일은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138-
-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은 법이듯, 듣기에 거북한 말이 때로는 좋은 가르침이 될 수도 있습니다. -140-
- 산천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고운 물감을 풀어놓은 듯 꽃빛이 아름다웠다. 나비들은 제 멋에 흥겨워 팔랑거리고 하늘은 깊고 푸르렀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이 봄이 가면 어김없이 여름이 오고, 이어 가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올 것이다. 이렇듯 계절은 한 번도 제 할 일을 거른 적이 없다. -146-
- 젊음은 다시는 아니 돌아오고, 盛年不重來 성년부중래
하루에 새벽이 두 번은 없네.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좋은 때 잃지 말고 마땅히 힘써야지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느니. 歲月不待人 세월부대인
(도연명-귀거래사) -158-
- 토정 이지함이 구봉 송익필에게 말했다.
"세상사람들에게는 바라는 것이 네 가지가 있다오.
안으로는 지혜롭고 강하기를 바라고 밖으로는 부유하고 품위 있기를 바라는 것이 그것이오. 허나 품위 있기로는 벼슬하지 않는 것보다 더 품위 있는 것이 없고, 부유하기로는 욕심내지 않는 것보다 더 부유한 것이 없다 고 생각하오. 강하기로는 싸우지 않는 것보다 더 강한 것이 없고, 지혜롭기로는 알려고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 없는 법이오. 그러나 알지도 못하고 지혜롭지도 못한 것은 어리석은 자가 그러하고,싸우지도 못하고 강하지도 못한 것은 나약한 자가 그러합니다. 욕심도 없으면서 부유하지도 못한 것은 빈궁한 자가 그러하고, 벼슬도 못하면서 품위도 없는 것은 미천한 자가 그러하지요. 알려고도 아니하면서 지혜롭고, 싸우지도 않으면서 굳세고 욕심내지도 않으면서 부유하고 벼슬하지도 아니하면서 품위가 있는 것, 그런 사람이 바로 큰사람이 아니겠소이까.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구봉일 것이오." -177-
-조선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사육신의 편에 서지 않아 내내 사림의 비난을 샀던 신숙주,
삶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 개혁을 꾸무었던 조광조,
백성의 편에 서서 낮은 정치를 펼친 이지함,
누구라도 임금이 될 수 있다는 혁명적 사상을 품은 정여립,
조선의 대표적 이단아 허균,
유토피아를 찾아 조선팔도를 누빈 이중환,
신세계를 염원했던 박제가,
개화파의 선구자 오경석,
백성의 나라를 꿈꾸었던 진주민란의 백성들, 이들이 새로운 조선을 꿈꾼 소설 속이 주인공들이다. -254-
-........-255-끝. 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