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글쓰기

11월에 읽고 싶은 글/ 11월이 왔습니다.

최해식 2018. 1. 25. 13:43

- 11월이 왔습니다.  먹이를 찾아 땅바닥만 긁고 다니던 토종닭처럼 본모습 까맣게 잊고 살아온 우리에게 달력은 벌써 그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습ㄴ다.  그리고 들녘에는 벌써 그 마지막을 준비하는 초목들이 우리를  향해 고개 숙여 있습니다.  한 해 다 가도록 아픔을 참으며 하늘과 땅에  빚어낸 저들의 과즙과 빛깔들이 사람을 눈물겹게 합니다.  이 가을 어딘가에 빛나는 과실과 단풍을 준비해 놓고 나를 기다리는  한 그루의 유실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주변엔 황홀한  생명의 빛이 넘쳐나고 있을 것임엔 틀림없습니다.  자그마한 배낭에 칫솔 하나 달랑 꽂고ㄱ 그 빛나는 유실수를 찾아 훌쩍 떠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토요일 오후입니다.  벌써 내 속을 알아차린 듯 담쟁이 몇 녀석이 하루쯤 바람 쐬고 오라고 빨간 손바닥을 흔들고 있습니다.  역시 붙임성 있는 담쟁이 가문의 처신답습니다.


이별에 익숙한  자의 살짝 붉힌 눈시울처럼 낙엽을 준ㅂ하는 갱년기의 관목들 처럼  비로소 몸으로 말하는 시월 한국 저들이 곱다.  표정이 밝은 것만큼 제 슬픔도 깊었다는 구절구절 구구절절 멍투성이 구절초가 푸르게 삭발을 하고 종일 저렇게  웃는 걸 봐. -172- [조사에게 길을 묻다- 고영국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