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 - 김삼웅 지음
-책을 읽다보면 좋은 문장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좋은 책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格' 이 다르다.-6-
- 책벌레를 '蠹漁子두어자' 라 했다. [본초강목] 에는 종이벌레 이야기가 나오는데, '종이벌레(책벌레)' 가 도교의 경전 속에 들어가 신선神仙이란 글자를 파먹으면 몸에 오색이 나는 신선이 된다는 설을 소개하는 내용 이다. -18-
-다음은 연암의 책읽기를 훈계하는 말이다.
일정한 과정을 정해놓고, 매일 경서를 읽되, 빨리 읽으려 하지 말고,
익히 외우고 깊이 생각하라. -31-
- "우리나라 선비들은 나서 늙고 병들어 죽을 때까지 이 나라 강토를 떠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학의 다리가 길고 까마귀 날개가 검은 것처럼 각기 타고난 천품을 바꾸지 못한 채 마치 우물 안 개구리나 나뭇가지 한나에만 매달려 있는 뱁새철럼 홀로 그 땅을 지켜왔다. 따라서 '禮는 차라리 野해야 한다' 하고, 더러운 것이 검소한 것인 줄로만 안다. [연암집 권7] 연암이 조선 선비들의 우물 안 개구리 행태를 비판한 글이다. "개구리는 우물에서, 두더지는 밭에서 각각 그 터전이 제일이라 여기는 " 것과 같은, 과거시험 준비와 '吟風弄月음풍농월'에만 빠진 선비들을 질타하고 있다.-34-
-다산은 자신의 저술 가운데 유독 두 권의 책을 소중하게 여겼다.
다산 하면 [목민심서]를 떠올렸는데, 정작 본인은 [주역사전] 과 [상례사전] 만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이를 모르고 살아왔으니, 다산에게 회초리를 맞아 마땅한 일이 아닌가. -40-
- 사람이 글을 쓰고 글이 인격을 만든다. 그리고 인격이 문장을 짓는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으나 그것이 좋은 문장으로 남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格이 있는 사람만이 품격 있는 문장을 쓸 수 잇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의 문인 뷔퐁의 "글은 곧 사람이다" 라는 명제는 진리에 속한다. .........文如其人문여기인이라는 말은 "글은 그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는 말이다. 이 역시 진리에 속한다.-41-
- 책읽기는 '단어word'를 통해 '세상world'을 보고 듣는 여행이라 한다. .....옛 사람의 글에 '추수문장불염진' 이르는 시구가 있다. "가을 물 같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는 뜻이다. 이는 '가을 물 같은 문장은 千古를 두고 썩지 않는다는 말이다. 좋은 문장은 영생한다. -42-
-같은 물을 마시고도 소는 유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 마찬가ㅣ지로 같은 책을 읽고도 어떤 이느 참선비가 되고 어떤 이는 썩은 선비가 된다. 같은 스승 밑에서 글 공부를 하고도 어쩐 학생은 모범생이 되고 어떤 학생은 악동이 되고, 같은 땅이 산삼도 키우고 독초도 키우는 조물주와 대지의 조화에는 무슨 뜻이 담겼을까.-45-
-백낙천은독서를 농경에 비유하여 " 농사르 안 지으면 곳간이 비는 것과 같이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다" 고 말하며 책읽기를 권했다.
.......옛 사람들은 책을 '千古尙友'천고상우 라 했다 천년를 사귄 벗이라는 뜻이다. 많은 독서는 많은 벗을 사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62-
- '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 은 두보에 대한 가장 짧고 가장 정확한 평가다. "만권의 책을 읽어 제쳤고, 붓 내려감에 신이 붙은 듯했다" -79-
- '움베르토 에코' 는 인간의 '영생론' 을 짧은 글에서 적절하게 표현햇다. "인간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식을 낳는 것과 책으 ㄹ남기는 것" 이라는 주장이다. 공자와 장자, 사마천 등 고인들이 지금까지 우리와 '대화' 를 나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책을 남겼기 때문이다.
..........책이 현재와 과거이 매개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85-
-임어당의 저서 [생활의 발견]에서 " 청년시기에 책을 읽는 것은 문틈을 통해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고, 중년시기에 책을 읽는 것은 자기 집 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고, 노령시기에 책을 읽는 것은 창공 아래 露臺노대에 서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독서의 깊이는 체험의 깊이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이다." -100-
- 다음은 '파울 에픔스트' 의 말이다. " 좋은 책은 어디에서든지 우리에게 무엇이든 제공한다. 그러나 자신은 어떠한 것도 우리로부터 요구하지는 않으며, 우리가 듣고 싶어할 때 말해주고, 우리가 피로를 느낄 때 침묵을 지켜주며, 몇 달이든 몇 해든 간에 참을성 있게 우리가 오기를 기다린다. -116-
-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그가 죽은 지 200년잉 지난 지금까지도 프랑스 사회에서 "살인자.침략전쟁론자" 와 "프랑스의 영광을 가져온 황제" 라는 논쟁이 종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이례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이외의 나라들은 한결같이 살인마. 침략전쟁광으로 비판하고 있어 역사의 심판은 이미 내려졋다. -123-
-책을 읽으면 보다 많은 말을 알게 되고 보다 깊은 인생ㅇㄹ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깊이 있는 생활에서 깊이 있는 얼굴이 나타난다. -132-
-퇴계의 문하생 김학봉은 "퇴계의 서재에는 [주자전사] 사본 한 질이 있었는데, 너무나 헐어서 글자의 획을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있엇다" 고했다. 퇴계가 얼마나 이 책ㅇ 열심히 읽었는가를 말해준는 대목이다. 공자의 '위편삼절' 은 알아도 퇴계의 고사는 잘 모르는 것이 우리 실정이다. -138-
-남명 조식 선생의 서정시 [민암부]는 현대 민주주의 사상을 보여준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엎을 수도 있는 것처럼
백성은 군왕을 추대하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물은 백성이요 배는 임금이다.
물은 평탄할 때도 있고 격랑을 일으킬 때도 있다.
그러나 배는 물 위에서 배지 물이 배는 아니다.
하여 배는 물의 이치를 알아야 하고,
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하듯이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 -140-
-ㅣ이덕무는 연경을 방문했을 때 서화 골동으로 유명한 유리창 서점가를 방문하여 140여 종에 달하는 서책을 구입해왔다. 허균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역관의 여비까지 털어 책을 구입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던 곳이다. -148-
- 나폴레옹 자신도 전선에서 새벽에 잠을 깨면 독서와 하루 전투구상에 시간을 쏟고 부족한 잠은 이동할 때 짜투리 잠으로 때웠다. -151- 그러면 보리싹은 강아지풀처럼 조그만 꼬리를 살래살래 흔든다, (
- 밭이란 이런 것이다.
' 사래 긴 보리밭은 초록색 자리를 펼쳐 놓은 듯 이랑마다 새파란 먹물을 튀겨 놓은 것 같이 생생하다. 벌써 한 두어치 가량이나 뾰족뾰족하게 자라났다. 비만 한 번 흐뭇하게 내리면 우쩍 자랄 것 같다. 그 곱다란 보리밭을 아침 바람이 보드랍게 어루만진다. 그러면 보리싹은 강아지풀처럼 조그만 꼬리를 살래살래 흔든다. ( 심훈, [영혼의 미소] ) -154-
- 왕안석의 [권학문]이다.
貧者因書富 ;가난한 사람은 책 때문에 부유해지고
부자인서귀 ;부유한 사람은 책 때문에 귀해지고
우자득서현 ;어리석은 사람은 책으로 인해 어질어지고
현자인서리 ;어진 사람은 책으로 인해 부귀를 얻는다. -164-
- '새무얼 스마일즈' (1812~1904) 는 [인격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책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좋은 책은 항상 친절하게 반긴다. 젊어서는 즐거움과 가르침을 주고, 늙어서는 위로와 위안을 준다. -191-
- 책은 불멸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림과 조각상은 훼손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책은 그대로 남아 있다. 훌륭한 생각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으며, 오래전 작가의 머릿속에 처음 떠올랐을 때처럼 지금도 신선하다. -192-
- 깊어 가는 가을,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 만추의 긴 밤에 책읽기와 관련한 단상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말처럼 "물고기 그물을 쳐 놓았는데 기러기가 걸려들면 어찌 버리겟는가? " -255-
-책을 읽지 않고 꿈을이루려는 사람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군이거나 사기꾼, 아니면 도박꾼일 뿐이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 는 말도 , 따지고 보면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공부하는, 멀고 험난한 길을 걸으라는 가르침이다. -268-
-.......-344-끝. 잘 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