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 대원군3 - 류주현 지음
542/ 대원군3 - 류주현 지음
-勢는 때에 따라 변하고 俗은 세에 따라 바뀝니다.-34-
-2월도 하순이면 모든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양지바른 곳의 개나리는 봉오리가 대추씨같이 두드러지고, 수양버들의 수많은 가지들은 쏟아지는 빗발처럼 갈기갈기 땅으로 내린다. -45-
-겨울은 동면하는 계절이고, 봄은 생동하는 계절이다. 동면은 휴식이고 생동은 의욕이다. 휴식엔 섭취를 절제해도 되지만 발동하는 의욕엔 충족한 섭취가 앞서야 한다. -46-
-가을비 소리는 듣기에 처량하다. 으스스 몸이 움츠러 든다. 봄비 소리는 다정하게 소곤댄다.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있다. -85-
-履雖鮮不加於枕이수선불가어침 이란 말이 있다.
발에 끼는 신발이 제아무리 곱다 하더라도 베개로 쓸 수야 없잖으냐는 뜻이다. -96-
-흔히 강자의 침묵은 위압이고 약자의 침묵은 불안이다.
대원군은 좌중이 숙연한 데도 한동안 침묵을 고수했다. -115-
-사람은 발자취를 남겨야 한다!
대원군은 그런 당연한 생각을 해 본다. 착한 일만이 인생이 발자취는 아니다. 일을 하면 된다. 발자취가 된다. -126-
-여자는 늙어도 첫날밤의 일을 소상히 기억한다. -136-
-정을 함빡 쏟던 아들이 자라 이성에의 사랑에 눈이 뜨는 것을 보면 어머니는 섭섭하다. 아들을 남에게 빼앗기게 된 것처럼 허전해 한다.
배신을 당한 것 같아 맥이 빠진다. -137-
- "부인, 오늘은 유난히 잚어 보이는구려." 대원군이 말했다.
나이 먹었는데 젊어 보인다고 해서 좋아 안 하는 여자는 없다. -138-
-누가 세월을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는가.
흐르는 물은 언덕에 부딪쳐 멈출 때도 있다.
굽이굽이 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수도 있는 게 물의 흐름이다.
경우에 따라선 쉬어도 가고 장애에 부딪치면 포말을 일으키며 역류도 한다. 勢급하면 급류도 되고, 길이 넓으면 한가로이 졸며도 간다.
백릿길을 하루에도 가고 십릿길을 백 일 걸려서 가는 수도 있다.
날이 차면 멈춰서 얼음이 되었다가 꽃이 피면 풀뿌리 나무뿌리를 적셔 가며 땅 속으로 잦아드는 수도 있다.
누가 세월을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는가.
세월은 그저 흐를 뿐이다. -142-
- 아침부터 밤까지 근엄하시기만 하고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은 쇠털 뽑아 제구멍에 박는 격으로 빡빡하고 답답해서 큰일은 못하는 법이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해가 지면 달이 뜨듯이 생활에 변화가 있어야 호담할 수 있고,깊이와 폭과 여유가 있어서 큰일을 할 수 있다.-250-
-민심이란 물과 같아서, 한번 한곬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면 큰 호수를 이루지만, 한번 흩어지기 시작하면 다시는 그 방향으로 되돌리지 않습니다. 물이 출렁이던 호수자리는 순식간에 갯바닥으로 변하지요. -254-
-대원군은 눈을 가볍게 감으면서 잠깐 생각했다.
( 내 아들은 벌써 다 컸구나! )
아들이 다 컸다는 것은 어버이로서 섭섭하기도 한 것이다.
이미 어버이이 뜻대로는 되지 않는 독립된 인격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 만큼, 어버이의 욕심으론 섭섭한 것이다. -267-
-대원군은 죽어서 난초 그림과 경복궁을 남기겠지만, 자기는 살다가 간 표지로서 목각으로 된 불상이나 남기겠다고 말이다. -302-
-.........-331-끝. [제4권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