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26/ 태백산맥7 - 조정래 지음

최해식 2017. 2. 25. 18:28


-벌교 세무서장인 최익현의 큰아들인 최서학은 공산주의를 아예 인정할 수가 없었다.   ........... 겨울이면 으레 머슴이  학교까지 업고 다녔고,  공부는 줄곧 1등만 해온 그로서는 인간은 평등하며,  평등해야 한다는 논리가 도대체 허무 맹랑하고 가당찮았던 것이다. 그가 알고있는 바로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그 종류가 다르고, 그러므로 능력도 달라 절대로 평등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31-


-서울만 보더라도 사대문 밖에 사는 것들이 어디 사람인가. 안국동까지 경계로 해서 종로로만 나가도  벌써 사람의 격과 질이 달라지는데. 사대문 밖에 사는 것들이야 짐승이나 다를 게무엇인가. -34-


-사람잉 권세를 지녔을 적에 그것을 여러 사람을 위해 쓰면 겸손해지고, 자기를 위해 쓰면 교만해지는 법이니라. 김사용은 큰 아들 김범준에게 말했다 -46-


-손바닥허고 손등허고 한 치가 못 되게 가차와도 손바닥은 손바닥이고,  손등은 손등이제, 고것이 같으요? -53-


-8월의 땡볕 아래 들녘의 초록빛은 날로 짙어져가 두꺼운 융단의 질감을 드러냈다.

........매미들은 초록 숲그늘  속에서 땡볕의 빛줄기들로  베짜기라도 하듯 신명나는 때울음을 목청껏 뽑아대고 있었다. 개구리들의 때울음이 여름밤을 장식하는 자연의 노래라면  매미들의 때울음은 여름낮을 장식하는 노래였다. -55-


-다른 나뭇잎들이 모두 풀 죽어 꼼짝을 하지 않는데도 미루나뭇잎들은  깨소금 쏟아지게  재미있는이야기를 끝없이 하는 것처럼 수도 없이 많은 빛가루들을 반짝반짝 쏟아내고 있었다.

........... 미루나뭇잎은 광택이 나면서도 잎잉 두껍지 않고  얇고 가벼운데다 줄기와 잎을 잇는 마디가 길고 연한데,  특히  잎 가까운 부분의 연하기가 아이의 속살 같아 미세한 바람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56-


-욕심은 마음의 눈을 어둡게 하고,   어두워진 마음의 눈은 헤어날 길 없는 고통의 수렁을 만든 법이었다. -95-


-벌교 쪽 말이 억세면서 탄력이 있는 데 비해  전주. 남원 쪽 말은  부드러우면서  묘한 가락을 타고 있었다.  -141-


-상륙작전이라는 것 자체가 병력손실을 전제로 해서 적진으로 뛰어드는 무모하고도 과감한작전이었다.  미군은 이미 살륙작전에 재미를 붙인군대였다. 2차대전 때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승리의 결정적 계기르 만들었던 것이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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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세상이 시끄러워도 나락은 영글듯이 전쟁은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을 뿐 사람들의 생활은 여전히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있었다. -177-


-명절날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는 거지는 있어도 밥을 사먹으러 다니는  멍청이는 없다, 는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문을  열어놓고 있는 밥집은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182-


-일본헌병이 찬 완장에서 대일본제국의 권위와 위압을 보았듯이 그 붉은 완장에서는 공산주의의 혁명과 투쟁을 보았다.

.......... 부처님말씀으로 하자면  인생살이가  잠시잠깐인데 실제로는 굽이굽이거든요. 부처밈 말씀잉 뜻 깊기는 하지만 현실이 고달픈 사람들에게는 귀에 닿지 않는  너무 먼 소리지요.

..........부처님은  깨달은 입장에서 사람을  삼라만상 중의 하나로 보신 것이고,  인간은 인간끼리 만 보는 데서 오는 차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차이는 아마 영원히 줄일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세상에서 뺏고 뺏기는  일이 없어지지 않는 한 말입니다.

............서로 나누는 것,  그거이 서로가 화평을 누리며 서로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아비니니까.  자연의 섭리가 바로 화평이고 균등입니다.  물이 낮은 곳과 빈 곳을 채워 언제나 수평을 이루는 이치가 그것입니다. -208-


-일본놈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게 뭔지 아나?  한반도를 지배할 수 없게 된 거야. 그놈들(일본놈들)이 너희 미국놈들한테 굽실거리고 꼼짝을 못하는 건 겉으로만 그러는 것뿐이지 속까지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쯤, 정보를 다루는 너흐들  '심슨'과 '암스트롱' 너희들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 민족이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건 일본놈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365-


-380-끝. [8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