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 태백산맥6 - 조정래 지음
-"아이들 커나는 것이 오뉴월 하루볕 다르고, 노인네 기력 쇠하는 것이 하룻밤새 다르다 " 는 말을 김범우는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70-
-남로당의 간부 김삼룡과 이주하가 검거되었다. 3월27일이었다.
........그들은 일제치하에서부터 사회주의 운동을 해 오면서 그 지독한 일본 경찰에게 잡힌 적이 없었고, 오랜 세월 동안 일부러 사진을 찍지 않아 얼굴을 아는 사람이 거의없었고, 점조직과 가명 사용으로 자체 당원들도 바로 옆에 앉았더라도 알아볼 도리가 없었고, 조직화된 지하활동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숱하게 기만시켜 왔던 것이다.-218-
-종기야 곪을 대로 곪아야 뿌리가 빠지는 법이다. -249-
-가지가지 봄꽃들이 시새움하듯 제각기 맘껏 꽃피움했다가 시나브로 시나브로 시든 꽃잎들을 떨어뜨리면서 파릇파릇 새 잎들을 피워내며 봄 을 떠나보내고 6월이 시작되면 들녘의 훈기는 여름을 알리면서 봇도랑 온기 품은 물속에는 배불뚝이 올챙이들이 하나뿐인 꼬리를부산스레 흔들어대며 용케도 헤엄질을 치고 있었다. 갓 깨어난 병아리들이 노오란 주둥이들을 열어 삐약 거리며 어미닭을 좇아 종종걸음을 치고, 북으로 북으로 추위를몰아내는 남풍에 실려온 제비가 집짓기에 분주한 날갯짓을 쉴 틈이 없을 즈음이면 모든 농가들도 일손이 모자라 토방에서 게으른 낮잠을 자고있는 검둥이의 엉덩이도 차서 일으킬 지경이었다-254-
-그라고 여그가 워디냐 허먼 전라도허고도 남도고, 남도허고도 벌교여, 벌교. 전라도밥 1년 넘게 묵었으먼, 순천 가서 인물자랑 말고, 여수 가서 멋자랑 말고, 벌교 가서 주먹자랑 말라는 말 정도야 귀동냥허셨겄제. 여그가 바로 그 벌교고, 벌교주먹 오야붕이 바로 이 염상구여. 이 염상구 비우짱 긁덜 말어.-259-
-남녀관계라는 것은 묘한 것이었다 . 중매로 결혼을 했어도 살 붙이고 살다보니 부부만 아는 깊고 얕은 정이 생겨나고 쌓이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정은 만들며 사는 것이라고 했고, 만들면서 살아지는 정은 있어도 까먹으면서 살아지는 정은 없다고 했는지도 몰랐다. -277-
-난리가 났다는 되어소문은 남쪽마을로는 된바람이 되어 퍼지고, 북쪽마을로는 마파람이 되어 퍼지고, 동쪽마을로는 하뉘바람이 되어 퍼지고, 서쪽마을로는 새 샛바람이 퍼져나갔다. -287-
-은하수는 어느 때 없이 폭이 넓어지고 거리가 가까어져 있었다. 헤아릴 수 없잉 많은 은빛가루들이 폭넓은 강을 이루며 손을 뻗치면 바로 잡힐 듯 가깝게 머리 위를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밤마다 반딧불들은 모기소리 자욱한 어두운 풀섶 위를 느리게 날고, 박꽃은 아무도 눈여겨보아 주는 이 없는 채 헛간의 초가지붕 위에서 희게 피어나는 즈음이면 먼 논에서 목청을 맞추는 개구리 소리들도 극성스럽게 바글바글 끓어댔다.............아이들은 반딧불을 쫓아 어둡 속을 뛰다가 허방을 딛기도 하고 풀섶의 가시에 찔리기도 하면서 기어코 반딧불을 잡아 호박꽃 속에 넣어 호박꽃등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비켜 지나고 여름밤은 촉촉히 내리는 이슬을 따라 은하수의 기울기만큼 깊어져 있었다-342-
-363-끝. [7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