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01/ 지리산1 - 이병주 지음
최해식
2017. 1. 3. 21:15
- 봉선화가 담장 그늘 속에서 이슬을 머금고 수줍은 분홍 빛깔이었다. .......... 감나무의 반들반들 윤기 흐르는 녹색 잎사귀에 섞여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감들은 방울방울 탐스런 모양 그대로 소리 없는 가을의 노래였다.
....... 이것은 1933년 추석날, 이규李圭의 회상 속에 새겨놓은 풍경의 한 토막이다. -7-
- '危邦不居, 亂邦不入' 이란 공자의말을 들어, 일제하에서 사는 군자의 도리를 나름대로 설명했다. -52-
- 의사가 되려면 독일말을 해야 해. 세계에서 의학이 가장 발달된 나라가 독일이거든. -57-
- 동래고보는 스트라이크가 잘하기로 유명한 학교 아닌가. 그런데 그 하라다 교장은 스트라이크가 있을 적마다 학생 편을 들어 道 경찰부와 대결했다거든.-82-
- "아름답고 행복한 새해가 되길 빕니다."
- "아름다운 새해에 아름답게 지내시길 축복합니다"
찌푸린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해 들어 첫눈이었다.
규의 가슴은 그 첫눈으로 해서 더욱 부풀었다.
"눈 속에서 1938년은 간다"
"1939년은 기막힌 해가 될 거다." -100-
- "흐린 날이 있으면 갠 날도 있다." -103-
- 고갯마루 근처에 있는 두 그루의 정자나무는,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공략하는 광경을 보았으리란 전설을 가진 노목들이었다. 임진왜란을 본 그 정자나무에게 말을 시켜보면, 60년 안팎밖에 못 사는 사람의 말하곤 퍽 다를걸. -107-
- (참고글) 죽성왜성의 저 노목 또한 일본군이 침입한 광경을 보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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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은 만나는 때보다 헤어지는 때다. 만날 때는 피차 실수가 있어도 접촉해나가는 가운데 그것을 보상할 기회가 있지만, 헤어질 때의 실수는 그럴 수가 없다. -126-
- 공자의 말에 '군자는 和而不同 이고 소인은 同而不和 한다' 는 대목이 있다. 대일본 제국의 신민이 되도록 하되, 화이부동하라는 뜻이다.소인의 동이불화로 대일본 제국의 신민이 되는 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여러분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129-
-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은 세계를 마스터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다" 라고 자극하길 잊지 않았다. -184-
- 그런 말을 듣고 성을 낸다면 네 소견이 좁은 탓이다. 억울하다느니 분하다느니 하는 생각은 일체 버려라. "사람이 되자몬 쓴 약도 묵어야 한다. " -197-
- 1939년이 눈 속에서 저물고, 1940년이 눈 속에서 밝았다. 십 년 내 처음 보는 눈이라고 했다. ........... 눈이란 언제 어디서 보아도 신비로운 자연의 景物이다. 지상의 오욕에 관한 섭리의 관심 같기도 하고, 허망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교훈 같기도 하다. -201-
- 친구끼리 비위가 상했더라도 "아득한 천체 속에서 미립자로 살면서 그만한 일에 신경을 써서 무엇하나" 싶으면 단번에 화해할 기분이 생겨날 테니 말이다. -204-
" 밤이 열리려면 밤나무가 자라야 한다." 어쨌건 열매는 맺도록 해야 할 게 아닌가. 산다는 건 일종의 타협이다.스스로를 키우기 위해서 타협을 해야 할 끼다. -224-- '일본인' 하면 떠오르는 상념이 있지 않아요?
천황 폐하라고 하면 맥을 못 추고, 정직한 것이 제일의 미덕이고, 대를 쪼개듯 명쾌하고, 상사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성급하여 모욕을 받으면 자살하고..............-258-
- 센진이란, 한국사람을 멸시하는 기분을 풍겨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308-
- 엽전은 할 수 없어요. 분수대로 살아야지, 별도리 없는 겁니다. '엽전,엽전' 하는 말이 이규는 듣기가 거북했다. 엽전이란 한말에 쓰던 돈이다. 못 쓸 돈이라는 뜻이고, 우리 한국 사람은 돈으로 비유하면 엽전처럼 쓸모 없는 인간들이란 자학에 통하는 말이다.-317-
- 三高에선 우리 사람 차별 안 합니까? "차별이야 하겠지. 그러나 모두 영리한 사람들만 모였으니까 내색을 안 하지." 322-
- -322-끝. 제2권으로 이동 함.